위대한 손길

[ 4인4색칼럼 ]

이대성
2017년 06월 22일(목) 08:12

이대성 수필가
벨로체피아노 대표ㆍ진천중앙교회

자연의 순환은 참으로 경이롭고 신비로울 때가 많다. 추운 겨울날, 황량한 들판의 앙상한 나뭇가지는 나뭇잎 하나 없는 알몸을 그대로 드러내고, 매서운 바람을 마주한 가파른 언덕에는 풀 한 포기, 어린 생명체 하나 없이 온갖 것이 다 얼어 죽은 듯 고요하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어 봄이 되면 새로운 생명체가 고운 빛깔로 되살아나고, 여름이면 짙푸른 신록의 내음이 가득하다. 반복되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체의 강인한 생존력과 복원력을 바라볼 때면 한 번 지나가면 되살아나지 않는 인간의 유한함에 때로는 아쉬움과 서글픔이 밀려온다.

시골의 고즈넉한 산자락에 새 집을 지었다. 갈맷빛 녹음이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햇볕은 소리 없이 별빛처럼 빛을 발한다. 간밤에 비가 온 뒤라 집 옆으로 조그마한 물길이 생겼다. 졸졸졸 소리 내어 흐르는 맑은 물은 어느 유명 작곡가의 멋진 교향곡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안겨준다. 주변의 우거진 숲속에서 퍼지는 상큼한 풀 내음은 쉼을 잊은 채 바쁘게만 달려왔던 지친 몸과 영혼의 피로를 깨끗이 풀어주며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아직 주변 정리가 채 끝나지 않은 집 주변에서 놀랍고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맨 아래층 보일러실에 박쥐가 둥지를 틀고 거꾸로 매달려있다. 포유류 가운데 유일하게 날 수 있는 동물이며 주로 밤에 활동하는 특성이 있다 보니 낮에는 보일러실 천장에 둥지를 틀고 숨어 있다. 발의 접지력이 얼마나 좋기에 자기 온몸을 거꾸로 매달아 그 오랜 시간을 붙어있나 생각하니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아담한 집의 뒤쪽 처마 밑 땅바닥에는 눈이 커다랗고 배가 불룩한 두꺼비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움직인다. 먹이를 찾는 것인지 아니면 안식할 집을 찾는 것인지 급하지 않은 느릿느릿한 그 모습이 왠지 정겹게 느껴지며 신기하기만 하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3층 베란다 천장에 수십 마리의 말벌들이 자기들의 안식처인 멋진 집을 짓느라 분주히 움직이며 들락거린다. 농구공 크기만 한 커다랗고 금빛 나는 둥그런 집은 그 옛날 천하를 호령하던 어떤 황제가 쓰던 호화로운 왕관보다 황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다. 이 또한 신기한 일이다.

온 천지의 자연 만물과 우주를 살펴보면 신기한 것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스스로 창조해 낸 것은 이 중에 아무것도 없다. 천지창조 과정에서 가장 늦게 등장한 것이 인간이고, 자연을 편리하게 이용한다며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자연을 파괴한 것도 인간이다. 자연의 변함없는 순환과 무한한 우주의 질서를 바라보면서 인간의 무지와 무능과 미약함에 스스로 작아짐을 느낀다. 계절이 수만 번 바뀌어도 언제나 변함없는 자연의 신비한 현상을 바라보면서 천지를 창조한 하나님의 놀랍고 경이로운 위대한 손길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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