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헤치며 찾아가는 신앙 선배들의 발자취

[ 기획 ]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지중해 크루즈 성지순례 및 종교개혁지 탐방(1)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6월 20일(화) 11:05
▲ 크루즈 로얄 캐리비안 '프리덤 오브 더 씨즈' 앞에서 함께 한 참가자들.

본보가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지난 5월27~6월9일까지 진행한 '지중해 크루즈 성지 순례 및 종교개혁지 탐방'이 14일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바울에서 루터까지'라는 주제로 본보가 주최하고 티원여행사가 주관한 이번 여행은 총 156명이 동행해 총 14일의 일정 중 8일간 사도바울의 발자취를 따라 초대교회부터 중세시대까지 세계사의 중심이었던 지중해 탐방과 루터를 중심으로 한 종교개혁지 탐방을 진행했다. 본보는 이를 동행취재하여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동행취재=표현모 기자】여행을 의미하는 영어 'travel'의 어원은 라틴어 'Travail'에서 나왔다. 번역하자면 '고생'이라는 뜻이다. 여행은 타자와의 만남이며, 익숙한 자기의 문화를 뒤로하고 생소한 문화와 만난다는 점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말인셈이다.

본보가 진행한 이번 종교개혁지 탐방 또한 나를 제외한 155명의 타인과 만나고 섞이는 일이었으며, 단순한 관광을 넘어 바울과 루터를 만나는 신앙의 순례길이었기 때문에 이번 참가자들은 '나' 보다는 '우리'의 의미를 깨닫고, 신앙의 선배들이 개인의 마음에 던지는 불편한 도전들을 받으며 자신의 신앙을 재정립하는 자기수련의 길이었다.

#'나' 보다는 '우리'의 의미 깨닫는 여정

지난 5월27일 인천을 출발해 28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도착한 순례단은 드디어 여행을 시작했다. 순례단은 크루즈 승선 시간 때문에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구엘공원 산책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외관만을 보고 '로얄 캐리비안 프리덤 오브 더 씨즈(Freedom of the Seas)(이하 프리덤호)'에 탑승했다. 트래블(travel)은 트러블(trouble)의 다른 말이라 했던가? 이날 전체 참가자 중 4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이태리 운전기사가 점심식사 후 한동안 연락이 두절되어 성당을 들르지 못하고 크루즈에 탑승해야만 했다. 

▲ 카타콤베에서 설명하고 있는 류우열 목사.

프리덤 호는 총톤수가 15만4천407톤으로, 길이가 339m, 전폭 56m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크루즈 중 하나로 총 승무원만 1천360명이고, 객실 1천817개, 층수만 15층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바다 위의 호텔이었다. 

여행 3일째인 29일에는 크루즈가 전일 항해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순례단은 세미나실에 모여 김인주 목사(봉성교회)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특강을 경청했다. 
독일 본과 에어랑겐에서 종교개혁사와 칼빈을 공부한 김인주 목사는 루터의 성장과정과 면벌부 논쟁, 종교개혁의 과정과 이론, 루터 사후의 종교개혁 과정 등에 대해 강의했다.

김 목사는 "1516년부터 루터는 면벌부의 위험성을 지적했고, 1517년 2월 설교에서도 대중들에게 이를 비판했으며, 4월부터 근처에서 면벌부가 팔리자 동료들과 더불어 이를 공론화하려 했다"며 "9월에는 100개조의 '스콜라신학에 대한 논박'을 발표했지만 큰 반응이 없었고, 주교에게 보낸 정중한 항의도 반응을 얻지 못하자, 1517년 10월31일 비텐베르크 성주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어 토론을 제안한 것"이라며 종교개혁의 시작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김 목사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나게 된 배경, 그리고 개혁이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시대적 상황, 개혁이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에 대해 폭넓은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으로 종교개혁 순례를 앞둔 참가자들에게 일종의 예비 교육을 실시했다. 에

# 지중해에서 바울을 만나다

여행 4일째인 5월 30일부터 크루즈 프리덤호는 나폴리, 치비타베키아, 라스페치아, 빌프랑쉐, 마르세유 등 매일 새로운 항구에 정박을 했다. 나폴리 항구에 도착해서는 세계 3대 미항인 나폴리 해안의 절경과 화산재에 묻혀버린 고대 도시 폼페이를 관광한 후 사도바울의 첫 도착 전도지인 보디올을 방문했다. 보디올은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기 전 머물렀던 곳으로 나폴리에 소속된 조그마한 항구도시였다. 바울이 머물렀던 곳에는 낡고 초라한 성당이 서 있었고, 그 건물 앞에서는 이탈리아의 노인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한가롭게 카드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순례단은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과 로마로의 압송을 앞둔 바울의 상황이 대비되는 보디올 항구에서 바울의 비장했던 마음을 짐작하며, 마음 속 기도를 올렸다.

5일째인 5월 30일에는 로마 근처의 치비타베키아 항구에 도착, 바티칸 시국 박물관과 베드로대성당, 카타콤베와 바울참수터 등을 찾았다. 이날 순례단은 바티칸 시국 박물관 최고의 백미인 시스티나 소성당 벽화인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가 활동하던 당시 화가들은 의뢰인의 의도와 지시에 따르는 기능공일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켈란젤로는 최고 권력의 교황청의 의뢰에도 불구하고 당시 종교를 타락시킨 실제인물들을 그림에 그려넣어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예술인이자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미켈란젤로의 의지와 신념 앞에서 순례단은 깊은 감동 속에서 탄성을 지르는 행위마저 자제했다.

이어진 베드로대성당의 화려함 앞에서는 감탄과 함께 이러한 화려함의 이면 뒤에 참담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이들의 고통을 짐작하고, 건축 재정을 감당하기 위해 면벌부를 팔고, 결국은 종교개혁으로 이어지게 했던 아이러니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사도바울이 갇혔던 감옥을 들여다 보고 있는 순례자.

초기 신앙인들의 무덤이자 종교 탄압의 상황에서 대피처로 이용되던 카타콤베를 찾았을 때에는 믿음의 선진들의 숭고한 신앙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어 바울의 참수터 트레폰타네에 도착해 바울이 수감되었던 감옥과 처형이 자행되었던 말뚝, 목이 잘린 후 튕겨진 세 곳에 샘이 솟은 자리 등을 목도했을 때는 모든 순례객들이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 겨우 누울 공간의 작은 감옥과 처형이 자행된 말뚝을 바라보며, 2000여 년 전 순교한 사도바울이 던지는 '복음을 위해 기꺼이 고난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조용한 질문 앞에서 순례객들은 지금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고, 다시 한번 자신이 가던 길을 재정향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

순례객들은 소박하지만 더 없이 숭고한 그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좇아 죽기까지 따른 바울의 신앙을 생각하며, 그러한 삶이 지금 이 시대 나의 삶에서 구현될 수 있기를 바라며 조용한 기도를 올렸다.

▲ 김인주 목사 강의를 경청하는 참가자들.

다양한 연령층 참여, 낙도 목회자도 초청

한국기독공보와 함께 하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지중해 크루즈 성지순례 및 종교개혁지 탐방에는 총 156명이 동행했다. 이 중에는 최연소 김우진 군(7세)에서부터 최고령 권후분 권사(89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으며, 서울은 물론, 청주, 광주, 부산, 제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목사, 장로, 권사, 집사들이 한 팀이 되어 여행을 했다. 80세 이상의 고령인 권후분 권사와 김태규 목사, 문전섭 목사 등이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크루즈 여행이었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지만 크루즈 하선 후 진행된 육로 여행에서도 '종교개혁지 순례자'라는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참여했기에 길고 피곤했던 여정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이들은 고백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본보가 이번 크루즈 및 종교개혁지 탐방을 진행하며, 낙도에서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목회자에게 무료 참여의 기회를 주기로 해 선정된 장경화 목사(신안벧엘교회)는 모처럼 힘든 목회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를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한,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간증해 많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두번의 주일이 일정에 끼어 있었기 때문에 하루는 배 안 세미나실에서, 또 하루는 WCC를 방문해 예배를 드릴 예정이었으나 현지 사정상 급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인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또한, 크루즈 내에서는 두번의 모임을 통해 김인주 목사의 종교개혁 특강과 고시영 목사의 인문학강의, 선상 기도회가 진행됐다. 기항지 여행 및 독일 육로 여행시 이동수단이 된 총 4대의 버스 안에서는 이동하는 동안 차별로 간증과 찬양의 시간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