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대신 나눔의 기쁨으로 승화

[ 연중기획 '이웃' ] 이주민여성의 눈물<하>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7년 06월 15일(목) 16:27
▲ 방학중이지만 준공식에 참여한 고 윤민주 씨의 모교 쑤언럼 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

【베트남=이경남 기자】지난 2015년 12월, 베트남 여성 윤민주 씨(호티리ㆍ당시 31세)와 딸 민아 양은(당시 7세)은 자녀면접교섭권을 요청한 전 남편을 만난 자리에서 납치되어 끌려다니다가 끝내 전 남편에게 목졸려 살해당했다. 남편의 가정폭력과 경제적 무능함을 견디다 못해 이혼한 윤민주 씨에게 남편은 편집증 증세를 보이며 앙심을 품었다. 2014년 1차 살해시도가 실패한 후 법원의 접근금지명령도 내려졌지만, 살해시도가 반복된 터라 지인들의 안타까움은 더 컸다. 전 남편은 모녀 살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베트남 북부지역 빈 공항에서 한 시간 가량 차로 이동해 작은 면 단위 마을인 쑤언럼 지역에 도착했다. 이곳은 고 윤민주 씨가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친정 식구들과 함께 살았던 고향이다.

▲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 유니게의집 성종숙 소장과 함께한 윤민주 씨의 어머니(왼쪽).

민주 씨의 모교인 쑤언럼 초등학교에서는 지난 5월 30일, 고 호티리(윤민주 씨의 베트남 명) 씨 추모사업의 일환으로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가 지원한 시설 준공식이 열렸다. 준공식에는 군청 대표, 면사무소 관계자, 교육청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방학기간이었지만, 준공식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학생들은 새로 설치된 놀이터와 현대식 화장실, 자전거 보관소와 다양한 선물로 인해 들뜬 마음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글로벌디아코니아 서무이사 김종생 목사는 인삿말을 통해 아이들에게 "호티리 선배의 죽음은 비극적이지만 슬픔이 승화되어 아름다운 선물을 남기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같은 전쟁의 아픔을 갖고 있는 베트남과 한국이 교류하며 함께 희망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준공식 후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 관계자들은 고 윤민주 씨의 가족을 방문해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 윤민주 씨 가족에게는 법적으로 아무런 피해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월 친정집에 생활비를 보내던 민주 씨의 도움이 끊긴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는 연로한 윤 씨의 어머니에게 3년간 매월 생활비 300달러를 약속하고, 둘째 오빠에게는 암소은행사업을 통해 송아지 1마리를 선물했다. 가족들은 딸이자 여동생을 잃은 슬픔을 함께 나눈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 관계자들에 진심어린 감사를 표했다.

윤민주 씨는 전 남편의 첫 살해시도 후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가 운영하는 이주민여성 쉼터 '유니게의 집'에서 5개월 가량을 피신해 지냈다. 유니게의 집 실무자인 성종숙 소장이 기억하는 민주 씨는 밝고 싹싹한 성격으로 사회복지사가 꿈인 야무진 여성이었다. "전 남편과의 6년 간의 결혼생활 중에도 민주 씨는 시댁과 관계가 좋았고, 이혼 후에도 시어머니와 통화를 자주 했다"며, "알코올중독자이자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과도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이혼 후 끝내 살해당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씨는 소장님을 엄마라고 부르며, 유니게의 집을 또 하나의 친정집으로 여겼다.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 관계자들은 2016년 11월 윤 씨 사망 1주기를 즈음해서 이곳을 찾아 추모행사를 가진바 있다. 더 나아가 윤민주 씨의 이름으로 의미있는 일을 진행하기 위해 지역의 필요와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해 민주 씨의 모교인 초등학교에 열악한 시설을 확충하고 지역 주민센터에 컴퓨터를 기증하기로 했다. 2017년 초 시작된 공사가 마무리된 윤민주 씨의 모교에는 현대식 놀이터, 화장실, 자전거 보관소가 설치됐다. 이전에는 남ㆍ녀구분은 커녕 지붕과 칸막이 조차 없었던 재래식 화장실로 인해 아이들이 큰 불편을 겪어 왔다.

▲ 연로한 고 윤민주씨의 어머니에게 3년간 생활비 지원을 약속하는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 김성태 사무총장.

형편이 어려운 지역주민을 위한 암소은행 사업도 시작됐다.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윤민주 씨의 오빠에게 제일 먼저 1호 송아지를 지원하기로 하고, 면에서 추천한 지역민에게 8개월 가량의 송아지를 무료로 주고 송아지가 암소로 자라 출산한 송아지를 암소은행에 갚는 방식으로 지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한 이주민여성의 비극적인 죽음은 잊혀지지 않고, 고향 땅에서 아름다운 나눔의 열매로 꽃피웠다. 한국이라는 이국땅에서 아픔을 간직한채 죽음을 맞이한 이주여성에 대한 한국교회의 또 하나의 배려이다.


이주민여성 쉼터 유니게의집 운영하는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이사장:김삼환)는 2013년 5월 개소되어 다문화사역, 중독사역, 디아코니아사역(봉사)을 담당해 왔다. 다문화사역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결혼이주여성자립쉼터 유니게의 집에는 현재 6가정이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이곳은 입주자에게 개별 공간을 제공하고, 주식 및 부식 제공 뿐만 아니라 심리상담, 취업지원, 자녀보육, 본국 방문 지원, 한국생활교육, 멘토 연결 등을 지원한다.
결혼이주여성들의 가족합창단인 필로세소리단은 50여 명으로 구성되어 이주민여성들의 정서순화, 음악교육, 가족소통을 돕는다. 필로세소리단은 1년에 5~6차례 꾸준한 공연을 통해 이주민여성의 자존감 회복, 잠재적 해체 위기 가정의 화합, 이주민여성들이 복음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가 운영하는 이주여성을 위한 자립쉼터 유니게의집 성종숙 소장은 "교회에 다니는 이주민여성들조차 성경지식이 매우 낮아 목사님의 말씀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며, "이주민여성의 복음화를 위해선 이들에게 일대일로 기본 성경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인들은 이주민여성을 배타적으로 보지 말고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로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는 다문화 관련 지원 이외에도 중독예방사업, 중독치유와 재활사업을 통해 술, 약물, 도박,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한 포럼 및 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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