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인성 <2>/교육제도의 개혁과 체질개선 필요

[ 기독교교육이야기 ]

우수호 목사
2017년 06월 14일(수) 15:07

'인간(人間)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항상 그 질문 자체를 넘어서 사람의 사고와 생활에 큰 영향과 통찰력을 던져 준다. 그리고 '인성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해 준다.

20세기를 전후로 두 번에 걸친 세계 대전쟁, 나치 치하에서 감행된 잔혹한 대량학살, 삶의 무의미성을 주장하는 허무주의, 과학적 기술공학의 안하 무인적 급상승, 관료주의, 대량생산 기술의 증가, 대중매체의 엄청난 영향력 등으로 인한 비인간화,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낙태, 인간행동을 화학적 물질로 조정하는 일, 안락사, 유전공학, 인종차별주의, 인간소외, 남녀평등문제 등 인간의 가치관과 삶을 위협하는 문제들 앞에서 철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정신과 의학자, 소설가, 극작가 등이 인간론을 통해 해답을 얻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즉, 인간론 곧 '인성'에 관한 고찰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해 준다.

학교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오래전 잠시 강사로 일했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와 긴 복도를 지나 교무실로 돌아오는 데, 중학생들 8, 9명이 생활지도부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고 한 학생이 젖은 바지를 입고 울고 있었다.

사건의 내용은 반에서 평소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아 자기표현을 잘 하지 못하던 한 학생을 여러 명의 같은 반 학생들이 계획적으로 쉬는 시간마다 문을 잠그고 막아서 1∼7교시까지 화장실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참다못한 피해자 학생이 7교시 수업시간에 소변을 바지에 싸게 되었고, 선생님께서 도와주는 과정에 반 학생 중 1명의 이야기를 듣고 전체 상황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가해자인 학생들의 얼굴에는 반성이나 미안한 표정은 없고 하나 같이 '장난으로 그랬어요!'라고 대답했다. 피해 학생은 후에 상담을 통해 그때의 심정을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고 마음과 몸이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2011년 12월 대구 학교폭력 피해자 학생의 자살 사건으로 교육부가 2012년 1월 18일부터 2월 20일까지 이례적으로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 학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 558만 명 전원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중 25% 정도의 학생들이 응답을 했는 데, 전체 응답자 139만 명 중 12.3%인 17만 명이 최근 1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폭력의 형태도 말로 하는 협박이나 욕설과 비방, 집단 따돌림, 물건이나 돈 갈취, 손 발 등으로 맞거나 특정장소에 갇힘, 강제 심부름, 성적모욕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러한 학교폭력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람자체'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교육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성적과 대학 입시가 중심이 되고, 사람을 성숙하게 하고 인성을 만들어가는 교육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교육에서 '인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시행착오를 거쳐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교육은 선진국의 교육에서도 볼 수 있다. 19~20세기 초에 시작된 프랑스의 '새로운 학교 운동'은 획일화, 경직화, 소수를 위한 교육, 주입식, 피상적, 일시적, 시험공부 중심의 교육을, 주도적이고 자발적인 인격도야(人格陶冶)의 교육으로 개혁하여 노작교육(勞作敎育), 학급회의, 개별학습과 소집단 자유학습 같은 능동적 교육을 뿌리 내리게 했다.

영국은 '신교육협회(New Education Fellowship)'를 통해 실험실, 기숙학교, 전원학교, 가족 중심, 남녀공학, 수공예 작업, 도보와 자전거 여행, 추론, 흥미, 관찰과 질문, 독창성, 자발성과 자율성, 협동, 소수의 교과, 절대 평가 등 을 강조하는 새로운 학교 운동(New School Movement)을 일으켰다.

독일은 기존의 잘못된 학교교육을 새로운 산업문화가 몰고 온 문제로 보고, '반쪽짜리 교양(敎養)'을 교육하는 데 머물러 있는 교육을 온전한 인격의 도야를 가능하게 하는 교육으로, 책 중심의 주지주의(主知主義) 학교교육이요 삶과 괴리된 백과사전주의교육에 머물러 있던 학교교육에서 '감성, 삶, 직접성, 자연'을 강조하고, 윤리적 인격으로의 교육, 신뢰와 사랑, 진리추구, 용기와 잠재능력의 긍정, 관용, 개방성, 순수성, 진지성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삼고, 전원기숙사생활, 공동생활, 놀이, 작업, 식생활을 비롯한 신체단련, 육체노동, 예술 활동, 종교교육 등을 새로운 교육의 형식과 조건으로 삼았다.

우리나라 교육도 진정한 인성교육을 위해서 교육제도의 개혁과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다양하고 풍부한 종교적 경험을 통한 '인성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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