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고 훈련시키자

[ 논단 ]

김진홍 목사
2017년 06월 14일(수) 14:55

김진홍 목사
금천교회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 연구 중이던 어느 인류학자가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게임 하나를 제안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드문 딸기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다는 것이었다. 인류학자의 말이 통역돼 아이들에게 전달되자마자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손에 손을 잡은 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 재미있게 나누어 먹었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누구든 일등으로 간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주려고 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지?"하고 묻자, 아이들의 입에선 '우분투(UBUNTU)'라는 단어가 합창하듯 쏟아졌다. 그리고 한 아이가 덧붙였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가 있는 거죠?"

'우분투'는 아프리카 코사(Xhosa)어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우리는 일등만을 원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함께 했을 때 더 커지는 행복을 느껴보면 좋겠다. 혼자가 아닌 함께 있어 행복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

필자가 신학교 이사를 오랜 시간 하면서 생각한 것이 있다. 현장에 맞는 맞춤교육이 없다는 것이다. 신학교 4년과 신대원을 나와도 목회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졸업한다. 부교역자가 부임하면 담임목사는 그에게서 무언가를 얻으려고만 한다. 부목사 면접을 볼 때 가장 흔한 담임목사의 질문이 '당신은 나에게 줄 것이 무엇인가?'라고 한다. 담임목사에게 목회가 무엇인가를 배워야 하는 것이 부교역자이다. 담임목사는 그만큼 목회를 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있다. 나보다 부교역자들이 더 잘 하도록 가르쳐야하는 것이 담임목사이다. 그래야 인재양성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부교역자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담임목사보다 설교나 다른 것을 더 잘하면 그 교회에서 있을 수 없다'는 말까지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한국교회의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3년 공생애 동안 사람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셨다. 그것이 예수님 살아생전의 사역이었다. 오늘의 담임목사들 역시 가장 집중해야할 일이 부교역자를 잘 가르치는 일임을 꼭 알았으면 한다. 그들을 잘 가르쳐 내가 한 일보다 더 큰 일을 우분투의 정신으로 이뤄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부교역자는 곧 어디선가 담임목사로 사역해야 하는데,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된다. 그러면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그만큼 늦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부교역자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 내보내려고 애쓰고 있다. 목회를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목회는 다음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 일단 설교가 돼야 한다. 둘째, 목회자 자신이 전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완벽한 양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넷째, 말씀과 기도로 영성이 충만해야 한다. 다섯째,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이다. 이런 것을 담임목사는 하나 하나 잘 가르쳐서 훈련시켜야 한다. 

필자는 부교역자에게 일주일 전에 설교를 받는다. 설교가 은혜가 될 수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설교를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다. 필자도 토요일에 설교를 준비하는 아주 못된 습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리 준비하며 20번 이상 읽고 수정과 교정을 거친 후 강단에 올라간다. 그리고 수시로 부교역자들과 함께 설교를 나누면서 무엇이 잘못됐나를 확인한다. 이것은 비록 설교만이 아니다. 목회에 대한 작은 것 하나 하나를 다 함께 공유하면서 담임목사도 배우고 부교역자도 배우는 것이다. 

그래야 부교역자들이 목회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 담임목사들에게 부탁한다. 자신의 목회를 잘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부교역자를 잘 훈련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들이 앞으로 한국교회를 이끌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함께 우분투 했으면 한다. 오늘도 낙타 무릎으로 하나님께 진심으로 한국교회를 위하여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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