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기획> 교회 '수평이동' ②

[ 교단 ] 수평이동의 부작용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7년 06월 05일(월) 16:31

서구 학계에서는 '수평이동'을 '성도의 순환(Circulation of the saints)'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는 캐나다 종교사회학자 레지널드 비비 교수(레스 브리지 대학ㆍR.W.Bibby)가 도입한 용어이다.

비비 교수는 수평이동의 4분의 3 가량이 '교회 쇼핑(Church shopping)'에 따른 것으로 내다봤다. 그다음 이유는 '이사'로 지목했다. 성도들이 교회를 선택할 때 이사, 취업 등의 환경적 요인보다 지역 교회를 순회하며 자신의 입맛에 따라 양질의 서비스를 하는 교회를 찾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교회가 편의성과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익명족', 일부 교회 쇼핑자들의 쇼핑몰쯤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교계 전반에 수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수평이동, 여전히 교회 간 최대 갈등 요소
수평이동이 급증하면서 결국 대형교회와 작은교회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갈등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회적 측면으로 해석하면 소비자가 작은 슈퍼마켓의 골목상권보다는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소비 행태가 교회 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그 피해는 작은교회들에 더 크게 미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수많은 교회가 수평이동으로 인해 폐쇄하고, 사역자에겐 박탈감과 좌절감을 끼치며 한국교회 전체의 성장동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교인의 수평이동으로 좌절감을 겪었다"고 고백한 신도시 개척교회 A목사는 "신혼부부가 4년 여 동안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가 출산 후 갑자기 자녀의 교회교육을 이유로 인근 대형교회로 수평이동 했다"며, "교회는 자립을 앞둘 만큼 건강히 자리 잡고 있었는 데 한 부부 교인의 수평이동으로 교회 분위기도 썰렁하고 교회 존립이 걱정될 만큼 위축돼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쳤다. 작은교회가 존립하고, 성장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교인 수평이동은 '익명의 그리스도인' 뿐만 아니라 교회 기둥인 주요 직분자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서울신학대 최현종 교수(교양학부)는 '한국 개신교의 새신자 구성과 수평이동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수평이동은 이제 교회 내 소위 직분자들에게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하며, "직분자의 수평이동은 교회 혹은 목회자에 대한 불만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같은 문제는 한국교회 전체의 성장동력을 저해하고, 교회와 지역 사회의 갈등, 에큐메니칼 연합운동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존 교회에서 잘 양육된 성도들의 이탈은 성장이 침체 혹은 감소 되는 교회의 상황 속에 대형교회에도 분명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수평이동은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인가?
최근 몇 년 간 한국교회의 수평이동이 '제로섬게임'으로도 비유되고 있다.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 합계가 영(零)이 되는 것으로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은 분명히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이다.

A교회가 부흥하면 B교회는 분명히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수평이동은 결국 교회 간 과잉경쟁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도 손꼽힌다. 이 같은 양상은 교회의 편의성, 효율성을 강조하는 성도들에게 색다른 교회, 재미와 감동이 있는 교회, 시설이 좋은 교회만을 찾게 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해석이다.

최현종 교수는 "수평이동은 받기만 하지 나누고, 희생할 수 없는 성도를 양산하고, 성도들은 신앙의 가치관이 아닌 시장소비의 가치관에 따라 유익만 찾게 된다"며, "나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현하기에는 더욱 어려워 지고 있다. 수평이동이 성도들의 가치관을 세상의 가치관과 다를 바 없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최 교수는 "현재 대형교회와 작은교회가 시장 체계와 유사한 복잡한 관계에 놓여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건강한 교회를 위해선 강자, 대형교회 위주의 시장 체계의 구조적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수평이동, 교회 세속화 및 이단노출 계기
한편 목회(신학)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수평이동이 교회의 정치화 기업화 등 세속화의 모습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경고했다. 힘 있는 정치인이 다니는 교회로 수평이동하면서 줄을 서거나, 기업을 비롯해 민관계 인사, 부자와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의 무분별한 출입이 일반 성도들의 수평이동까지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현종 교수는 "사회적 변동이 일어날 때 수평이동은 더 강하게 일어나는 경향이 강했다"며, "특별히 교회가 사회적 변동, 시장 경제 등의 문제에서도 대안이 되어야 하지만 세상과 똑같은 방식을 취하는 곳이 오늘날 교회의 모습이 아니냐"며, "대안 마련과 개선을 위한 교회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수평이동으로 인해 교회는 재정적 측면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작은 교회의 상당수가 교회 자립이 힘들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에 수평이동으로 성장한 교회들은 재정적인 여유가 충분해 더 많은 프로그램과 시설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교인 수평이동으로 인해 신자로 위장한 이단 세력들이 침투하면서 교회가 이단에 흔들리는 계기가 된다는 지적이 있다. 무분별한 수평이동이 기존 성도들과의 관계를 어렵게 하고, 교회의 존립마저도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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