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는 계속돼야 한다

[ 논단 ]

배혜수 장로
2017년 06월 02일(금) 10:12

배혜수 장로
전국장로회연합회 회장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는 변화와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교회가 진행하는 선교와 구제 사역은 조금씩 축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교세 감소가 후원 축소로 이어지면서 한국교회가 가장 많은 역량을 투입해 온 해외선교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총회 본부 역시 기구개혁을 진행하고 있어, 정책을 수립하고 선교사를 관리하는 능력은 더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점에 필자는 선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어려울수록 더 선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오래 전부터 모 교단을 벤치마킹하며 '우리도 교단 세계선교부를 독립시켜 관리 능력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지만, 아직 조금의 진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국의 선교 여건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매년 새로운 부서장을 선출하고 한 사람의 총무에게 모든 실무를 맡김으로 사역의 연속성이나 전문성에서 한계를 체험하고 있다. 이제 해외선교는 단지 선교사를 파송하고 후원하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선교사의 선발, 훈련, 파송은 물론, 전략 수립, 팀 사역, 위기 관리, 재산 관리, 자녀 교육, 노후 생활까지 그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매년 바뀌는 부원들이 교단의 선교 정책을 결정하고, 한 사람의 간사가 여러 대륙 선교사의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는 체계적인 선교가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가끔씩 선교지에서 들려오는 선교사들의 재산 사유화나 성범죄 소식은 남은 후원 교회들의 선교 열정마저 식게 만들고 있다.

선교는 예수님이 오실 때까지 계속돼야 하는 교회에 주어진 주님의 명령이다. 당연히 많은 현장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에 의해 장기적인 전략이 수립되고 추진돼야 한다. 또한 그 동안 교단 교회들이 기도하며 세운 교회, 학교, 병원 등이 지속적으로 제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투명한 재산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필자가 속한 포항남노회는 10여 년 전 선교부를 위원회 형태로 전환하고, 해외선교에 경험이 많은 노회원들이 협력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소속 교회들이 예산을 책정해 해외 선교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노회의 선교 노하우가 젊은 목회자들에게 전수될 수 있도록 다양한 나눔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외에도 선교지 재산 역시 현지법에 맞게 이사회 등 관리 조직을 구성해 개인이 전용할 수 없도록 보다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필자가 전국장로회연합회 회장에 취임하기 전 8년 동안 노회 선교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느낀 것은 '많은 교인들의 땀과 눈물로 선교지에 형성된 유형 또는 무형의 자산들이 이제는 지역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만큼 규모가 커졌지만, 본부가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재배치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많은 교회들이 잘못된 것은 중단하고 비효율적인 것은 축소하는 소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선교는 축소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선교는 더 풍성히, 더 잘, 더 많은 관심 속에 계속돼야 한다. 

총회 세계선교부가 독립을 통해 앞에 언급한 본부의 기능을 더 강화하고, 노회와 지교회들이 독립된 선교부와 함께 보다 효율적인 정책을 공유해 나간다면 교단 선교의 미래는 훨씬 밝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본부와 현장, 후원 교회와 선교사, 총회와 노회, 선배와 후배 선교사 간의 의견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선교가 '자신을 희생해 그리스도의 뜻을 이뤄가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노력한 만큼 좋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약해져도 선교는 계속돼야 한다. 오늘 우리는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어떤 개혁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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