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마음

[ 논단 ]

김순미 장로
2017년 06월 02일(금) 09:58

김순미 장로
총회 여성위원장ㆍ전 총회서기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면서 이미 천국에 가신지 여러 해 된 어머님 아버님이 몹시도 그립고 생각이 난다. 최근의 국내 정세와 여러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렵고 험난한 시대를 살면서도 하나님과 교회 앞에 아름다운 삶을 사셨던 그분들이 더욱 절실하게 생각난다.

나의 어머니는 목사님의 딸이셨다. 외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신사참배를 반대하시다 투옥돼 모진 고문을 당하셨고, 그후 건강이 악화돼 방면됐으나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별세하신 순교자셨다. 순교자의 딸인 어머니는 늘 기도하시는 분이셨고 특히 교회와 나라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분이셨다. 교회 일에는 언제나 앞장서서 충성스럽게 헌신하셨고, 당시 제50회 총회장을 지낸 동신교회 김세진 담임목사님께는 마치 시아버님을 섬기듯이 지극정성을 다하셨다. 교회에서는 여전도회장, 권사회장, 노회여전도회 연합회장,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임원으로 섬기셨고, YWCA 이사로도 섬기셨다. 무엇이든 책임을 맡으시면 전적으로 헌신하셨고, 하나님 앞에 잘못된 것은 언제나 바르게 하려고 노력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난다.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이 상당히 높으셨던 부모님은 매일 가정예배를 드렸는데 그때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대표로 기도하게 하셨고, 새벽마다 눈물로 간절히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지금도 제 머리에 생생하게 각인이 되어 있다. 어머니의 기도속에 양육된 우리 5남매는 지금도 기도해 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몹시도 그리워하고 있다.

장로님의 아들이셨던 아버지 또한 필자에게 언제나 존경스런 분으로 남아 있다. 수년 전에 한국기독공보에 실린 아버지에 관한 글을 읽게됐는데, 故 김윤식 총회장님께서 기독공보에 기고하신 '주님의 사업에 아낌없이 동참하시던 그분- 故 김성섭 장로님을 추모하면서'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당시 사회가 최고도로 긴장을 더하면서, 총회의 운영도 날이 갈수록 어려웠던 때라고 한다. 상회비 불납운동을 벌이는 노회들이 있어 총회 재정이 극도로 부족해 계획한 사업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심지어 직원들의 월급조차 주지 못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라고 한다. 그때에 아버지 김성섭 장로님이 찾아와 마치 독립자금을 전달하듯 아무 말 없이 헌금을 건내주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금액이 결코 적지않아 총회의 밀린 사역을 위해 사용하고 직원들의 월급도 지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총회 임원을 두번이나 역임하신 아버님은 무척이나 한국교회와 총회를 아끼고 사랑하셨던 것 같다. 이러한 아버지의 헌신과 어머니의 눈물의 기도가 지금도 내 속에서 항상 나를 채찍질하고 있다. 

선지자 예레미야는 징계 받는 이스라엘을 대하시는 하나님을 해산하는 여인으로 묘사한다. 또한 예수님의 마음을 "암탉이 제 새끼를 날개 아래에 모음 같이 내가 너희의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냐(눅 13:34)"라는 표현으로 어미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하나님은 어머니 같으신 분이요, 하나님의 사랑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과 같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어머니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명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그의 저서 '메가트랜드(Megatrends)'를 통해 21세기를 '3F의 시대'로 표현했다. 

3F란 가상(Fiction), 감성(Feeling), 여성(Female)을 의미하는데, 강인한 힘과 통솔력, 권위주의로 대변되는 남성 리더십의 시대가 가고, 부드러움, 포용력, 배려와 공감을 특징으로 하는 여성 리더십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학자들의 모임인 토플러협회는 '40년 뒤 일어날 40가지(40 FOR THE NEXT 40)'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는 앞으로 여성 지도자들의 비율이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미래학자들이 앞으로 여성의 시대가 열린다고 예측한 것은 단지 생물학적인 여성의 시대라기보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가진 여성 리더십의 시대, 곧 부드러움과 포용, 배려, 화해, 이해, 공감, 상생과 같은 어머니의 마음이 더욱 절실한 시대가 온다는 말일 것이다. 비록 우리의 어머니들은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교회 부흥의 동력이 되신 분들이며, 위대한 리더십을 실천하신 분들이다. 

지금이야말로 자식을 품고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어머니 마음의 리더십으로 나라와 민족, 한국 교회와 총회를 위해서 간절하고 통절한 마음으로 열심을 다하여 기도드리며 헌신하며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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