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과 여성

[ 논단 ]

김순미 장로
2017년 06월 02일(금) 09:26

김순미 장로
총회 여성위원장ㆍ총회 전 서기ㆍ영락교회
 

지난 3월 8일은 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업적을 범세계적으로 기리는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그날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 후보들은 여성에 대한 책임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양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라고 말하면서 여성 정치인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성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고 육아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늘려가겠다고 했다. 이는 아직도 양성평등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인데, 교회도 그와 다르지 않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며 우리 안에 개혁돼야 할 것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여성에 대한 이해와 사역과 관련해 개혁의 여지가 더욱 많다. 당시 종교개혁은 어두운 중세의 땅을 하나님의 복음으로 밝힌 새 희망의 역사였다. 물론 그 빛은 여성들에게도 비추었지만, 너무도 미약한 것이었다.

초대교회의 여성들은 매우 열정적이며 능동적이었다. 그러나 로마시대에 기독교가 공인돼 교회가 뿌리를 내리고, 조직화 되면서 교회의 법령이나 제도를 통해 여성들에게 제약이 가해졌다. 터툴리안이나 클레멘트를 포함한 대부분의 교부들이 갖고 있던 여성에 대한 견해는 당시 그레코 로망(Greco-Roman) 사회의 가부장적 사고와 제도의 영향 아래 남성중심적이고 남성 우월적인 전통 속에 여성을 죄악시 하고,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것이었다. 

로마 가톨릭의 전성기인 중세시대의 교회에서도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억압은 여전했다. 이러한 때에 종교개혁은 여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열어주는 빛이 됐고, 더불어 부부관계와 결혼관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종교개혁자들은 성을 더 이상 죄악시 하지 않고, 결혼을 권하기도 했다. 그래서 종교개혁에 동조하는 수녀들이 사제나 종교개혁자들과 결혼해 종교개혁을 적극적으로 돕기도 했는데, 1525년 26세의 나이로 당시 42세의 루터와 결혼한 시토수녀회 소속 수녀 카타리나 폰 보라(Katherine Von Bora)도 그 중 하나다. 그녀는 수많은 종교개혁 동조자들을 섬기고 루터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매일 새벽 4~5시면 일을 시작했고, 루터는 아내를 '비텐베르크의 샛별'이라 불렀다고 한다.

한편, 칼뱅은 남녀가 기능적으로는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동등하다고 믿었다. 그는 어거스틴의 '어머니 교회' 이미지를 받아들여 "하나님을 아버지로 섬기는 사람들은 교회를 어머니로 섬겨야 한다. 어머니가 우리를 잉태하고, 낳고, 가슴에 안아 젖을 먹여 기르고, 육신을 벗을 때까지 안내해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생명에 이를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시대의 사고방식을 앞서는 여성관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또한 현실이 여전히 여성에게 불평등한 것을 인정했고, 그런 전통적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아쉽게도 당시 종교개혁자들 역시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겨 남성에게 종속시켰으며, 그 역할 또한 가정에 국한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견해는 중세의 잘못된 편견을 깨는 빛이었으며, 사회와 교회 여성들의 인권과 사역을 크게 증진시켰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여성에게 비치는 개혁의 빛은 여전히 미약하다. 교회에서는 심방, 구역활동, 교회학교, 찬양대, 전도와 선교 등 많은 사역과 봉사활동을 여성 교인들이 훨씬 더 많이 감당하고 있지만, 그 비율이나 기여도에 비해 평가는 너무나 미흡하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교단의 여성 목회자 비율은 5%정도이고, 여성 장로는 2.3%, 여성 총대는 겨우 1%를 넘어선 수준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총회적으로도 여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배려를 위한 개혁적 방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여성도 그리스도 안에서 동일한 교회 구성원, 동반자로 인정하고,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보장하며, 양성평등을 위한 교리적, 제도적 개선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만드시되 남자와 여자를 만드셨으며, 어떤 영역이나 역할에서도 차별받지 않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자 뜻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남성과 여성이 함께 양성평등에 힘써야 할 것이다. 더불어 여성들도 단순히 배려의 대상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성의 자기개발과 노력이 필연적으로 요청되며, 성경에서, 종교개혁 역사에서, 교회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여성들이 어떤 책임과 역할을 다해 왔는지 깊이 생각하면서 늘 개혁과 부흥의 길라잡이가 돼야 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여성 성도들이 카타리나 폰 보라처럼, 새로운 개혁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에 '개혁의 새벽을 여는 샛별'이 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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