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만 내도 좋은 것을

[ 목양칼럼 ]

이종학 목사
2017년 05월 30일(화) 14:32

지난 주간에 교회 노인학교 어르신들 30인과 함께 4박 5일 동안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 좀 더운 날씨였지만 왕궁과 해변 박물관 등 아름다운 곳들을 견학했다. 65세에서 85세 사이의 어른들로서는 장거리 여행이셨을텐데도 시간 시간 잘 드시고 편히 쉬며 즐거워하시는 건강한 모습들이 감사했다.

레위기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너는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레19:32) 여기 '센머리'는 '백발'을 말하며 '노인이나 어르신'을 뜻한다. 어른들 앞에 일어서고 그들을 공경하면서 하나님을 경외해야 진정한 신앙이라는 말이다. '공경'이라는 원어는 '카베드'인데 그 뜻은 '존귀하게 혹은 가치 있게 여기다'이다. 이는 자기 '부모를 최고의 존재로 여기는 것이 공경이다'그런 뜻이다.

출애굽기 20:12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사도바울도 같은 말을 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이는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엡6:3) 성경은 이를 두고 하나님의 약속 있는 첫 계명이라 한다. 제 부모를 공경하면 건강과 장수의 복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성경 어디에도 운동이나 수영 등산 등을 열심히 해서 장수한다는 약속은 없다. 갖은 보약을 먹어서도 아니다. 사도바울이 '육체의 연습'은 '약간의 유익이 있다'(딤전4:8) 한 것 외에 별다른 말씀이 없다. 그러나 자기 부모를 공경하는 자에게 건강은 물론 장수의 복이 주어진다고 약속하고 있다.

반면에 잠언서는 '아비를 조롱하며 어미 순종하기를 싫어하는 자의 눈은 골짜기의 까마귀에게 쪼이고 독수리 새끼에게 먹히리라.'(30:17)고 한다. 십계명 중에서 1~4계명은 인간이 하나님께 지켜야 할 계명이고, 5~10계명은 사람이 사람과 사람사이에 지켜야 할 계명이라 볼 수 있다. 하나님은 사람이 사람에게 지켜야 할 그 첫 계명을 '네 부모를 공경하라'로 시작하셨다.

공생애 전 예수님의 30년 생활도 부모님께 순종하셨고, 십자가에서 죽으시면서도 어머니의 여생을 제자에게 부탁하실 만큼 효자이셨다. 성경 어느 한 곳이라도 부모님께 불효해도 좋다는 교훈은 없다. 기독교는 효도의 종교이다.

이런 글을 보았다. 어느 임금이 개성 행차를 하게 되었다. 그곳 사람들이 임금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있던 한 노인이 소문을 듣고 아들에게 청했다. '내가 멀리서라도 임금의 얼굴을 뵙고 죽었으면 좋겠다. 소원이다.' 아들은 어머니를 업고 50리 길을 달려와 왕의 행차를 기다렸다. 지나치던 임금이 그 아들을 보고 행차를 멈추었다. 자초지종을 듣고는 수 백 냥의 돈과 많은 쌀섬을 상으로 주었다.

같은 동네에 평소 불효하던 사람이 이 소식을 듣고 돈을 벌기 위해 원치도 않는 어머니를 강제로 업고 나가 있다가 마침 돌아가던 임금 행렬과 마주쳤다. 임금은 이번에도 그를 불러 수 백 냥의 상을 주도록 했다. 주변 신하들이 "저놈은 불효자입니다. 다른 사람이 왕께 상 받는 걸 보고 어머니를 억지로 엎고 나왔으니 상이 아니라 벌을 줘야 마땅합니다"고 했다. 그때 임금이 했다는 말이다. "효도는 흉내만 내도 좋은 것이다. 그런고로 그 상을 그대로 주라."

내게 묻는 말이다. 혹시 잊고 살지는 않았는가? 효도는 흉내만 내도 좋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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