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의 교육개혁 이야기 /<완> 세상을 바꾸다

[ 기독교교육이야기 ]

양금희 교수
2017년 05월 30일(화) 14:28

루터! 500년전 시작한 이 한 사람의 교육개혁 이야기에 왜 우리가 주목하였는가? 그것은 그의 이야기가 세상을 바꾸었고, 그 바뀐 세상 속에서 우리가 오늘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교육개혁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나. 그는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며 사는 여러가지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세상을 바꾸었다.
루터의 교육개혁은 무엇보다 개인을 발견하였다. 그는 모든 개인을 독자적이며, 양심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사람, 하나님의 계시를 받을 수 있는 자리로 인정함으로써 '개인'을 발견하였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똑같다는, 교황이나 농부나 왕이나 수공업자가 똑같다는, 당시로써는 세상을 뒤집는 생각을 토해냈다.

그는 모든 성도들은 똑같이 제사장으로서,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인 성경을 읽을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였고, 그렇게 되도록 성경을 모국어로 번역하였고, 모든 개인이 누릴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열었다. 이와 같은 '개인'의 발견은 중세를 마무리하고 현대라는 세상을 열고, 현대 교육에 길을 터주는 전령의 역할을 하였다.

루터의 교육개혁은 또한 교육 자체를 새롭게 발견하였다. 그에게서 교육은 성직자가 직업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 귀족들이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자 특권이 더 이상 아니다. 그에게서 교육은 모든 잠재력을 가진 개인이 성숙하게 되는 통로이자, 하나님의 제사장적 소명을 수행 할 수 있게 되는 통로이고, 따라서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가 되었다. 그의 교육개념은 엄격한 신분사회였던 중세의 문을 닫고 누구나 교육을 통해서 사회적 이동이 가능한 현대사회가 도래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의 '교육의 발견'은 동시에 '학교의 발견'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에게서 학교는 모든 사람을 위해 열려야 하고, 따라서 국가는 학교에 대한 의무가 있는 기관이 되었다. 학교는 개인이 스스로의 능력에 따라 선택하는 사사화된 기관으로서 머물지 않고, 모든 개인의 잠재력이 극대화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하는 국가의 책임이 되었다.

또한 대학은 어떤 권위에 의존하는 학문의 장소가 아니라, 누구나 학문적 양심에 따라 사고하고 말할 수 있는 학문의 자유가 있는 곳, 누구나 성경의 해석을 바탕으로 신학적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루터의 교육개혁은 또한 가정과 부모를 재발견하였다. 그는 결혼과 가정이야말로 하나님의 백성이 태어나는 소중한 교육의 장이고, 부모는 자녀의 영적 성장에 책임이 있는 가정제사장으로서의 소명으로 부름받은 사람이 되었다. 그에 의하여 부모는 교회나 목사보다 우선하여 자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칠 권리와 의무를 받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재발견되었다. 가정은 교회의 간섭 아래 머무는 교회의 한 부속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정 제사장이 있는 작은 교회가 되었다.

그 무엇보다 루터의 교육개혁은 새로운 교회를 발견하였다. 교회는 언제까지나 교회의 간섭 아래 머무는 무지한 교인들과, 라틴어로 예배를 집전하는 성직자의 두 계급으로 이루어진 중세적 종교기관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믿는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한 하나님의 백성들이 모이는 자리이고, 그들이 모두 예배의 주역으로서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설교, 누구나 함께 부를 수 있는 찬송가로 예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그곳은 목사와 평신도가 똑같이 떡뿐만 아니라 잔으로도 성찬에 참여하며, 누구나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 앞에 똑같이 배우는 자의 자리에 서고, 또한 가르칠 것을 훈련하고 준비하는 자리가 되었다. 교회는 세상 속에서 제사장으로 살아가야 할 하나님의 백성들이 모이고, 또한 파송받는 자리가 되었다.

그래서 루터의 교육개혁은 결국은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였다. 세상은 계층간의 사다리적 구조가 있는 신분사회가 아니라, 왕이든, 수공업자이든, 농부이든 누구든 자신의 자리에서 제사장적인 삶,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살아가야 할 자리가 되었다. 그곳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누구나 자신의 직업으로 부름을 받았고, 그 직업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이루어 나가는 제사장으로 살아가야 할 사역의 현장이 되었다. 그로서 세상은 영의 나라인 교회와 분리된 '악의 나라'가 아니라, 모든 성도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통치와 질서가 다스려야 할 자리, 결국은 하나님 나라가 되어야 할 자리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에게는 세상 한 복판에서도(코람 문디), 하나님 앞에서(코람데오) 사는 삶이 열린 것이다.

우리 모두는 루터라는 한 사람! 진리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한 한 사람에 의해 열린 세상에 산다. 루터 500주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진리의 소리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는 걸음을 떼는 사람에 의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 이번호를 끝으로 장신대 양금희 교수의 '루터의 교육개혁 이야기' 연재는 마칩니다. 그 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과 집필해주신 필자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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