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부르니 '꽃'이 되었구나"

[ NGO칼럼 ]

박경현 대표
2017년 05월 16일(화) 15:37

5년 동안의 내 기도가 이루어졌는지, 다른 누군가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인지 아무튼 몇몇 기독교 단체장들이 기윤실에 모여 2009년 1월에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이란 단체를 출범시키고 그 주요 사업으로 '씨드스쿨'을 시작했다.

씨드스쿨은 낙후, 소외지역 학교를 찾아가 어려운 여건에 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선발하여 2개 학기 1년 동안 대학생 봉사자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꿈과 진로를 모색하는 활동을 한다.

그런데 함께 짝이 되어 활동할 멘토인 대학생 '티(Teacher의 첫 발음)'와 멘티인 중학생 '씨드(Seed 씨앗)'가 처음 만나면 조금 서먹서먹하다. 특히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모님이 소외계층인 학생들은 더 기죽어있기 쉽다.

그래서 초반에는 티와 씨드가 함께 미션을 수행하거나 4~6명 정도가 그룹을 이루어 함께 하는 활동으로 분위기를 밝고 활기차게 만들고 서로의 관계 맺기를 도와준다.

예를 들어 중학생인 씨드들이 퀴즈를 풀면서 질문에 해당할 것 같은 대학생 티를 알아맞히기, 씨드와 티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의 얼굴에 스티커를 붙여주거나 머리카락을 알록달록 색 고무줄로 묶어주기, 티와 씨드가 함께 짧은 노래에 맞추어 율동을 만들어 발표하기, 가장 멋진 포즈로 커플 사진 찍기 등과 같은 것이다.

또 중학생 씨드들과 대학생 멘토인 티들이 작은 조를 이루어 둥글게 둘러앉아 자기 앞에 놓인 백지 위에 이름을 적고 얼굴의 윤곽을 그린 뒤 옆 사람에게 종이를 넘기면서 한 획씩을 추가해서 얼굴을 완성하기도 한다.

한 바퀴 두 바퀴를 돌다보면 희한하게도 정말 본인과 꽤 그럴듯하게 닮은 얼굴모양이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은 종이에 적힌 이름의 사람을 한 번 더 보게 되고 더 자세히 보게 되고 자기가 그릴 수 있는 부분을 그리기 위해 특징을 발견하려고 오래 보게 된다. 그러다 눈이 맞으면 쑥스럽게 웃기도 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처음엔 서로 멋쩍게 말을 주고 받던 사람들이 더 많이 웃고 활동장은 더 훈훈해지고 더 시끌시끌해진다. 나이차를 넘어서 대학생과 중학생, 중학생과 대학생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지내는 동안 학급 친구들이나 교사들에게 고정화된 평가를 벗어나 누군가에게 그냥 한 청소년으로서 새롭게 받아들여지고 관계를 맺게 되면서 씨드인 중학생들은 비로소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빛나게 된다. 대학생들 역시 경쟁적인 학업생활의 긴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즐거움과 기쁨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도움과 나눔은 편견없이 자세히, 오래,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봄(관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어제와 다른 너의 모습, 누구와도 다른 너만의 모습을 발견해주고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해 줄 때 그 누구는 비로소 한 송이 '꽃'이 되어 우리 앞에서 피어난다. 하나님이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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