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기

[ 목양칼럼 ]

윤석원 목사
2017년 05월 10일(수) 11:28

하나님은 천지창조를 다 하시고 에덴에 사람을 두어 관리케 하셨다. 모든 것을 다 이루시고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드시고 난 후에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시고 사람을 거기 두시고 에덴 동산을 다스리며 지키게 하셨다. 하나님이 주인이시고 사람은 하나님의 동산에 청지기일 뿐이다. 이것을 망각하고 선악과를 먹음으로 하나님같이 되려는 것이 인간의 원죄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인간됨을 회복하는 것은 청지기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하나님은 십가가의 사랑과 부활로 우리의 죄를 사하시고 우리를 의롭게 하셔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들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신 것은 우리들을 위한 한량없는 배려와 축복이요 사랑이다. 그러나 그 사랑 앞에 우리 인간은 경거망동하지 않고 청지기로 살아야 한다.

청지기는 소유에 대해서는 종의 의식을 가지고 일에 대해서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이것이 뒤바뀔 때 인간은 타락하고 방종하게 된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소유에 대해서는 내 것이 아님을 알고 그 모든 소유가 하나님의 영광과 뜻을 위해서 허락하신 소유임을 알고 주인의 뜻대로 사용하는 것이 청지기이고, 일에 대해서는 종처럼 수동적인 자세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 그 일에 대해서 임하는 것이 청지기다.

요즈음 한국의 전반적인 모습이 청지기 정신의 상실로 인한 것 같다. 그 자리가 내 것이 아니요 왕이신 하나님이 잠시 허락한 자리일 뿐이고, 그 모든 소유가 일신의 영욕과 쾌락을 위해서 주어진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한 뜻을 위해서 잠시 맡기신 것인데 그것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함부로 할 때 그릇된 행태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예수님은 달란트 비유를 통하여 청지기의 자세가 어떠한지를 밝히 보여주고 계시다. 다섯 달란트를 맡은 종은 청지기로서 모범적인 충성을 하였다. 

첫째로 그는 소명감을 가지고 충성했다. 이 종은 언제나 주인이 맡겼다는 소명감을 가지고 일했다.

둘째는 재능대로 충성했다. 주인은 재능대로 종들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재능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기에 주인은 없는 재능으로 충성 봉사하기를 원치 않았다.

셋째는 안 보아도 충성했다. 주인은 멀리 떠났기에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종의 입장에서 보면 주인이 안 보아도 충성했다.

넷째는 바로 가서 충성했다. 주인이 떠났기에 내일로 미루어도 무방했다. 그런데도 즉시 충성봉사 했다.

다섯째는 오래도록 충성하였다. 일찍이 다섯 달란트를 벌어 놓고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놀고 있다가 회계한 것이 아니다. 주인이 돌아와서 계산해보니 다섯 달란트를 남긴 것이다. 주인이 오랜 후에 돌아왔기 까닭에 오래도록 충성한 것이다.

여섯째는 전인적 충성을 하였다. 다섯 달란트 맡은 종은 주인에게 본전만 내 놓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남긴 것만 내 놓지도 않았고 본전과 남긴 것을 전부 내 놓았다. 즉 전부를 바친 충성이다. 자기의 수고와 이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일곱째는 작은 일에 충성했다. 이 말은 주인이 종에게 칭찬하면서 한 말이다. 자칫 잘못하면 나타나는 일에만 충성하고 큰일에만 충성하고 알아주는 일에만 충성하려고 하기 쉽다. 그러나 작은 일에 충성, 숨어서 충성, 말없이 충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문에서 칭찬하고 있다.

이렇게 칭찬받을 만한 청지기를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 요구하고 계신다. 우리 인생이 다하는 날 하나님 앞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칭찬받을 만한 청지기로 살다가 주님 품에 갈 수 있는 성도의 삶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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