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젓는 정부, 키 잡이 정부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7년 05월 10일(수) 11:05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을 시행하고 제19대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본 선거일에 앞서서 이틀 동안 시행한 사전투표에서도 26%가 넘는 투표율을 기록하여 유권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아마도 1987년에 6.29선언 이후 헌법을 개정하고 대통령 직접선거를 시행할 때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

제19대 대통령의 선출에 따라서 구성된 새 정부가 감당할 과제는 실로 복잡다난하다.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한 긴장이 지속되고,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다.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핑계로 동경의 일부 지하철 노선을 일시적으로 운행 중단하기도 했다.

아베 신조 수상은 일본을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재협상의 화두를 꺼내기도 했다. 중국도 사드 배치를 빌미로 대국답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이미 예고된 헌법 개정과 정계 개편, 안보 문제, 경제 위기와 인구 변동에 대한 대처, 청년 실업 문제, 교육 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이 이미 노정되어 있다. 이미 장미대선을 통하여 전통적인 보혁구도로는 파악할 수 없는 정치적인 변화를 목도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주요 후보들 간의 토론을 통해서 확인된 문제들이 적지 않다. 2016년에 세계 11위를 기록한 한국의 일인당 GDP를 유지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새 대통령의 어깨 위에 놓인 짐이 막중한 것이다.

새 정부는 복잡다난한 과제를 위하여 강한 정부를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오스본과 가블러가 미국 주정부의 재구성을 위하여 제안한 지혜를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주정부는 지방의 발전을 위하여 '노를 젓는 정부'를 지향해 왔으나, 오스본과 가블러는 노 젓기보다 키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정부가 직접 노 젓는 일에 몰두하면 정확하게 방향을 조정하기 어렵게 되니, 차라리 노 젓는 것은 지역사회에 맡기고 키잡이가 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도 그의 책 '불연속성의 시대'(1968)에서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통치하는 일과 대규모의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하면 정책결정능력이 마비된다. 정책결정기구가 실제의 일을 하게 되면 그 일은 어설프게 수행된다. 이들 기구는 수행에 역점을 두지 않으며 적절한 준비도 부족하다."

정부가 대규모의 사업을 직접 시행할 때 그 사업을 담당하는 이들이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 사업의 성과에 몰두하게 될 것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 총회도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총회 정책기획ㆍ기구개혁위원회는 총회 개혁의 방향을 기구 축소와 합리화로 잡고 있다. 총회는 정책 기능을 중심으로 하고, 사업은 노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노회, 신학교, 산하 기관과 단체 등이 사업 방향을 적절하게 제시하기 위하여 총회가 정책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청은 총회가 노 젓는 일에 몰두하기보다 키잡이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총회의 각 부서가 제101회기의 사업을 마무리하며, 제102회 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총회의 각 부, 위원회에서 제102회기 사업계획을 세울 때에 키잡이로서 정책을 잘 세워야 할 것이다.

총회 주제를 초점으로 하여, 주요 장기 계획에 기초한 정책방향에 따라 계획을 수립하되, 총회 산하의 각 노회, 신학교, 산하 기관과 단체가 적절하게 사업을 감당하도록 독려하여야 할 것이다. 새로 구성하는 정부도, 새로운 회기의 총회도 노 젓기보다 키잡이 역할을 잘 감당하기를 기대한다.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서리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