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3주기] 탐욕에서 정의로 돌아서게 하소서

[ 교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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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15일(토) 19:34

세월호 사고 3주기를 맞이했다. 지난 3년간 세월호 사고에 대한 진상 조사는 지지부진했고, 인양 작업도 여러 이유로 지체되다가 3주기를 앞두고 간신히 이뤄졌다. 지난 3월 22일 인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 및 사고원인 조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그나마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의 맘을 위로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부의 노골적인 외면과 일부 시민들의 오해 속에서 어려운 투쟁의 시간을 지냈다. 이러한 와중에도 가족과 마음을 나누며 이들에게 힘이 되어준 본교단 소속의 목회자들은 최근 그 꾸준한 봉사와 마음 나눔이 알려지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전남 진도군 해상의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 앞에서 4대 종단 대표 12명과 미수습자 가족 6명이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를 바라보며 종교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서 개신교 대표로 지난 3년간 유가족들과 꾸준히 연락하고 만나며, 유가족의 정신적ㆍ육체적 치유를 위해 힘써 온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오현선 목사가 기도자로 참여해 눈길을 모았다.
 
이날 기도회에서 오 교수는 "가족을 소풍 보내고, 일하러 보내고, 이사 보내고, 여행 보낸 채로 3년이나 만나지 못한 가족들이 사랑하는 자신들의 딸, 아들, 동생, 조카, 남편, 엄마를 만나고, 만지고, 마침내 안을 수 있도록 인도하소서. 세월호를 건져 신항으로 가는 길에 우리도 우리 자신의 탐욕을 묻고, 정의로 돌아서게 하소서! 가족을 만나는 인양으로 눈물이, 희생자의 고통과 억울함이 진실과 빛과 생명으로 이어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광주 기독교교회협의회 대표 장헌권 목사(서정교회)는 세월호 선원들 15명에게 참회할 것과 진실을 말해줄 것을 촉구해온 끝에 세월호의 조타수 고 오 모씨의 양심고백을 이끌어 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장 목사가 오 씨로부터 받은 편지 속에는 세월호 2층 화물칸 벽이 철제로 설계됐지만 실제로는 천막으로 막아 배가 기울자 천막쪽으로 많은 양의 물이 유입돼 침몰이 더 빨리 진행된 사실이 담겨 있었다.
 
장 목사는 "대부분 답장을 하지 않거나 수취 거절로 반송됐지만 2명이 답장을 보내왔다"며, "2년 5개월 전 받은 편지인데 당시 기자회견을 했을 때는 기자들의 관심을 못받다가 최근에 다시 관심을 받게 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장 목사는 광주법원 재판 시 유가족들과 함께 재판에 참여, 이들의 안내와 식사 등을 계속해서 제공해왔으며,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위로와 기다림의 노래를 담은 시집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개신교 부스에서는 2015년 1월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목요기도회'가 열린다. 교단을 초월해 교회 및 기독교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목요기도회를 섬기고 있는 김영명 목사는 "매주 참석할 교회나 기독교단체들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을 뿐이며, 실제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기도회에 대해 안내했다. 유가족 몇 명과 신학생을 중심으로 시작된 기도회는 2년 넘게 순조롭게 이어져 왔으며 평균 8~10가정이 모이고 있다. 김영명 목사는 "안산 지역의 교회와 목회자들이 좀더 마음을 모아 함께 해준다면 유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세월호 인양은 끝이 아닌 사건해결이 비로소 시작된 것을 인식하고 한국교회가 생명존엄의 관점으로 함께 기도하고 행동해줄 것"을 당부했다.
 
세월호 참사 3주기인 이번 4월 16일 부활주일에는 오후 4시 30분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예배가 열린다. 김영명 목사는 "많은 분들이 참석해 이 시대에 진정한 부활의 뜻이 무엇인지 함께 나누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통당하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것은 교회의 사명이다. 한국교회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함께 목소리를 내줄 때, 이 땅에 정의와 평화, 생명이 존중되는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게 될 것이다.
 
표현모 hmpyo@pckworld.com
이경남 knlee@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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