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다시 흐르게 하자

[ 연재 ]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의 보시기에 좋았더라<4>

최병성 목사
2017년 04월 13일(목) 10:34

세상에서 가장 낮고, 가장 넒은 바다를 향해 달려가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 강의 특징이다. 하나님은 강을 흐르도록 창조하셨다. '흐름'을 잃어버리면 '맑음'과 함께 그 안에 깃든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강은 산을 휘감고 굽이굽이 흐르며 다양한 그림을 그려낸다. 햇살에 반짝이는 금빛 모래, 소살거리며 노래하는 여울, 여유로운 몸짓으로 오가는 물고기, 물을 박차며 뛰어오르는 철새들의 웅장한 비상, 생명을 품어주는 우거진 버드나무와 바람 따라 춤을 추는 갈대들…. 강이란 이 모든 것들의 총합이며 이 중 그 어느 하나가 빠진 강은 더 이상 강이라 할 수 없다.

특히 강의 신비는 여울에 있다. 흐르던 물길이 여울에 부딪히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면, 물의 표면적이 넓어지며 공기 중의 산소를 품게 되어 강물이 더욱 맑아진다. 이런 까닭에 여울을 일컬어 하나님이 만든 천연 정수기라고 부른다. 자신의 맑음으로 수많은 생명을 품어주고, 끊임없이 생명을 잉태케 하는 여울은 거룩한 생명의 터전이었다.

4대강사업은 '많은 물'이 강을 맑게 한다는 거짓 아래 강을 파고 16개의 댐을 세웠다. 물은 가득해졌다. 그러나 흐름을 잃어버린 강은 녹조라떼가 되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하나님이 만드신 강은 '많은 물'이 아니라 '맑은 물'이 중요하다. '여울'과 '소'가 반복되고 습지와 모래밭이 있는 '다양한 환경'이 맑은 물을 만들어준다. 4대강사업은 하나님이 만든 생명의 다양함을 파괴하여 단순한 수로를 만들었고, 그 결과 생명은 죽고 물은 썩게 된 것이다.

지금 세계는 운하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홍수를 일으키는 잘못임을 깨닫고 자연의 강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독일 뮌헨시는 150년 전에 운하로 만들었던 이자강을 모래톱과 여울이 있는 자연의 강으로 되돌렸다. 스위스의 투어강과 미국의 키시미강 역시 운하로 파괴된 강을 자연의 강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했다. 

녹조라떼 가득한 4대강을 보며 너무 늦었다며 절망하는 분들이 많다. 아니다. 생명의 강으로 다시 회복할 희망이 있다. 150년 된 운하가 생명의 강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면, 변종운하로 전락한 4대강도 생명의 강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증거다. 

강의 생명은 '흐르는 역동성'에 있다. 강은 흐르기만 하면 스스로를 치유하며 다시 거듭나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4대강의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만 해주면 다시 생명의 강으로 거듭나게 된다. 자연의 힘은 위대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창조 이래 이 땅을 품고 흘러 온 강은 앞으로도 수천 년을 흘러가야 할 생명의 강이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의 수명은 기껏해야 수십 년에 불과하다. 또 다시 흘러야할 강의 끝없는 시간을 기억한다면, 4대강사업이라는 이름아래 파괴된 변종운하는 강의 긴 역사 중에 작은 점에 불과하다. 

손과 발을 담글 수 있는 생명의 강이 진짜 강(江)이다. 맑은 여울 소살거리고 철새들 날아오는 생명의 강을 우리 아이들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봄이 오니 꽃 소식이 들려온다. 4대강에도 흐름의 회복 소식이 들려오는 봄이 오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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