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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이웃' ] 다문화예배에서 만난 다문화인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4월 11일(화) 10:35

"모국어로 예배를 드리고, 같은 베트남인들을 만나 서로 위로하고 예배드리는 일이 이곳 한국에서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베트남에 있을 때는 예수님을 몰랐는데 한국에서 예수님을 알게 됐고, 귀한 친구들도 얻어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난 2일 오후 3시 새문안교회 언더우드교육관 502호에서는 교회 출석이 오늘로 1년이 된 흐엉 씨를 비롯한 베트남인들 70여 명이 자신들의 언어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올해로 23년째인 새문안교회의 베트남예배는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다문화 예배 중 하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초기부터 새문안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베트남 예배를 개설하고, 이를 위해 헌신한 봉사자들과 목회자의 눈물겨운 헌신 덕분에 지금까지 베트남인들이 자유롭게 예배를 드리고 모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은 특별히 세례식이 있던 날이어서 세례를 받는 이들이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입고 와 베트남인들끼리 잔치 분위기가 형성됐다.

#첫 전도에 거부감→상담 통해 마음 돌려

이날 예배에 참석한 이들 중 세례를 받은 여성을 보며 유독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이가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이창배 집사(45세)가 부인인 흐엉 성도(25세)가 세례를 받은 것에 대한 기쁨의 미소였다. 지난 2015년 결혼한 이 부부는 사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흐엉 씨가 집 안에만 있다보니 한국어 실력이 더욱 줄어들고 이 집사도 베트남어를 거의 할 줄 모르기 때문. 결혼 전부터 기독교인이었던 이 집사는 결혼과 동시에 아내를 위해 다문화예배가 있는 교회를 물색하다가 이곳 새문안교회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내 흐엉 씨를 교회에 데리고 오자 원래 싫다는 표현을 잘 안하는 성격의 그녀는 교회에 오기 싫다는 표현을 강력하게 했다고. 처음 전도를 받는 베트남인들은 대부분 모국에서 기독교를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흐엉 씨의 경우는 남편의 정성어린 설득과 목사와의 상담을 통해 결국 교회에 출석하기로 결정했고, 출석한 지 1년이 되는 오늘 세례를 받게 된 것.

흐엉 씨는 "오늘 세례 받아 행복하다. 처음에는 믿음이 없고 지루했는데 지금은 예수님을 믿게 됐다"며 "한국 집에 있는 것보다 교회에 오는게 기분이 더 좋고, 남편의 배려도 받으며, 교회에서 아이까지 봐주어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문화가정의 어려움 늘고 있다

이들을 담당하고 있는 보 둑 트리(Vo Duc Triㆍ한국명:보득지) 목사는 베트남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신학공부를 위해 한국으로 와 장신대에서 신학을 마쳤다. 신학을 공부하는 중 한국에 와 있는 베트남인들에게 베트남인 목회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여기서 사역을 하게 된 케이스다. 보득지 목사는 "처음에는 근로자가 많았는데 요즘은 다문화 가정을 이룬 성도들이 많고 유학생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베트남 이주여성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내 20명 정도의 베트남인 목회자가 있지만 특히 서울을 벗어난 지역에 나 같은 베트남 목회자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사역 초반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월급을 못받고 인권착취를 당하는 등의 문제가 많았지만 지금은 고용노동부에서 법안을 잘 만들어 놓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이 늘면서 다문화가정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상담한 이들의 상당 수가 남편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댁과의 갈등으로 집을 떠나 다문화센터에서 생활을 하거나 이혼을 앞둔 이들이라고. 한국인 남편과 이혼할 경우 자신의 잘못일 경우는 베트남으로 돌려보내지지만, 남편이나 시댁의 잘못일 경우 한국에 남아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베트남인들도 상당수라고 말한다.

#생활고ㆍ세대차ㆍ불소통

베트남인들로부터 대모(大母)로 통하는 새문안교회 베트남예배의 자원봉사자 최연자 권사로부터도 이러한 다문화가정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0년간 자원봉사를 해온 최 권사는 베트남여성들이 아이를 낳으면 재정 형편이 어려워 산후조리원에도 갈 수 없고, 친정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점을 감안,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한달 동안 산후조리를 해주고 아이도 돌봐주는 일을 해오며 친정 엄마의 역할을 해오고 있는 인물.

최 권사는 "다문화가정의 경우 재정적인 면도 힘들지만 베트남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점은 남편과의 관계"라며 "대부분 20살 이상 차이가 나고 한국에 오는 베트남 여성들은 머리가 깨인 여성들이 많은 반면, 남편들은 한국에서 배우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최 권사는 "베트남의 똑똑하고 젊은 여성들은 생활고와 이질적인 문화, 남편과의 세대차이 등을 참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어려움은 신앙으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베트남인들을 섬기고 있다"고 말했다.

#주일마다 만나는 친구들, 큰 힘

그러면 예배에 참석하는 베트남인들은 이 예배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지난 2008년에 한국에 온 노티탄 하우(24세)는 2011년 지인의 권유로 교회의 추석수련회에 참석하면서 새문안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사당동에서 아는 언니와 함께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원의 집에 살고 있는 그녀는 가방제작 업체에서 일하며 피곤한 일상을 살지만 신앙을 갖게 된 이후부터 여가시간에 매일 성경공부를 할 정도로 열심인 신앙인이 됐다. 그래도 타향살이의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엄마와 친구와 전화통화와 SNS를 하며 달래는데 주일마다 만나는 베트남 친구들이 있어 정말 큰 힘이 된다고 한다.

한편, 자원봉사를 하는 새문안교회의 집사, 권사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베트남인들에 대해 "무슨 일이든 화끈하게 하고 근면하며, 자존감이 높은 국민성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점을 감안해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자존감을 존중하며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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