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시대의 이민교회 사람들

[ 땅끝에서온편지 ] 디아스포라리포트-<7>기독교와 과학

김주용 목사
2017년 03월 29일(수) 13:55

시카고는 최근 차세대 기술혁신을 주도할 '테크 허브 도시'로 세계 6위를 차지했고, 새로운 시대에 혁신적인 도시로 세계 3위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시카고에는 과학 발전을 주도하는 연구소와 학교가 세워져 있는 곳이다. 특별히 아르곤 국립연구소는 미국의 기초과학 연구에 중심이 되고 있는 곳이고,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는 스위스의 유럽 입자 물리연구소와 함께 자연에 존재하는 최소 단위의 소립자를 연구하는 입자물리학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더불어 생명과학과 의료과학, 건축학, 전자 및 컴퓨터 공학의 과학 발전에도 선도적 역할을 하는 도시이다. 그래서 시카고의 한인 이민교회에는 과학 연구소에 소속된 신자들이나 자연과학 또는 응용과학 분야에 학위를 받고 연구를 하고자 온 기독 과학자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기독 과학자들이 이민교회에 잘 적응하지 못할 때가 많다. 우선은 복음과 신앙 대신에 교회 정치 싸움에 빠져 있는 이민교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민교회는 여전히 보수적인 곳이 많다. 그래서 전공 분야인 과학에 대해서 대화를 할 때 조금만 근본주의적인 신앙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면, 이민교회 사람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특별히 신학도, 과학도 아닌 창조과학에 빠져 있는 상당수의 이민교회 성도들은 기독 과학자들의 상식적인 신앙마저도 불편해 한다.

그래서 유학 중이거나 이민으로 정착한 기독 과학자들이 교회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기가 힘들다. 필자는 이민교회를 섬기면서, 이런 고민 속에 있는 많은 기독 과학자들을 만났다. 필자도 대학시절, 실험실과 실험 리포트에 전전하며 다녔던 과학도이기 했다. 그래서 목회자가 된 이후에 기독 과학자들을 만날 때마다 괜히 마음이 더 쓰인다. 그들이 교회와 실험실 사이에서 고민하게 될 수많은 이유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문의 진전과 비전의 실현을 위해 유학을 와서 믿음과 신앙의 삶을 위해 이민교회를 찾아왔는데, 기독 과학자들은 이민교회 안에서 편견과 불신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선교가 다른 지역과 인종, 나라와 민족만을 향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21세기의 선교는 거시적 측면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영역 주변부에서 선교지를 찾아야 한다. 중동 사람들과 아프리카 사람들만큼이나 기독 과학자들과 같은 신앙과 믿음에 충돌 또는 반목을 경험하는 직업이나 지위를 가진 사람들을 향한 선교적 접근이 더욱 필요한 시대이다. 특별히 다양한 유학생들과 직업군을 가진 이민교회는 더욱 선교적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과학 분야 종사자들과 유학생들이 많은 이민교회는 실험실을 선교지로 생각하여 선교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좋은 거점지임을 기억해야 한다.

시카고에는 신학과 과학의 대화적 측면에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여, 신학을 비롯해서 목회와 선교에 유용한 다양한 의견들을 공론화하는 자이곤 센터(Zygon Center)라는 곳이 있다. 이 센터에서는 매 학기마다 신학과 과학의 간학문적 연구와 토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오픈 강의를 개설한다. 작년에 바둑 알파고로 유명해진 '인공지능과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연구'와 '인간의 뇌 연구와 기독교적 영혼에 대한 연관성 연구', '트랜스휴먼(일부 몸을 정밀 로봇으로 대체한 인간)의 구원 범위에 대한 문제', '지구온난화의 문제와 교회의 역할' 등의 다양한 주제로 신앙과 과학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의 분위기 때문에 믿음의 자리를 잡지 못하는 기독 과학자들에게 자이곤 센터는 오랫동안 치열하게 기도했던 기도제목의 응답을 받는 듯한 기쁨을 준다고 한다.

알파고 시대의 이민교회 사람들은 새로운 선교지의 확장을 인식하고 있다. 일터와 실험실, 교실과 삶의 현장 모든 곳이 선교지로 변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민교회의 디아스포라 그리스도인들은 세탁소에서부터 최첨단의 알파고 실험실까지 삶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 안에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마지막 주님의 명령이 이민교회 곳곳을 통해 실현되어지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김주용 목사
시카고 기쁨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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