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돌봄받는 다문화가정 다음세대

[ 연중기획 '이웃' ] 다문화교회 및 시설 탐방-평화의집 지역아동센터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7년 03월 29일(수) 09:32
▲ 평화의집 지역아동센터 김장김치 담기 체험을 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아이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위치한 '평화의집' 지역아동센터가 방과 후 삼삼오오 모여든 아이들의 수다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얼굴색도 다르고 엄마 아빠의 국적도 다르지만 아이들은 능숙한 한국어로 박진석 목사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오늘 우리 영화보러 가는거죠?" "미녀와 야수 너무 보고 싶었어요!" 오늘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다.

포천 지역에만 1만 30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과 불법 체류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베트남, 필리핀, 몽골, 중국, 우즈베키스탄, 네팔, 중국, 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결혼한 1000여 세대의 다문화가정도 상주하고 있어, 길을 걷다보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등하교 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서울강남노회 산하 '나눔과 기쁨 평화의 집'은 1997년 IMF로 많은 기업이 문을 닫게 되자, 오갈 데 없어진 외국인 근로자들을 섬기면서 시작됐다. 갑작스러운 어려움에 처한 수많은 이주민노동자들이 이곳에서 무료 숙박, 취업상담, 예배, 의료지원 등 도움의 손길을 받았다. 2006년 1월 평화의 집에 부임한 박진석 목사는 "평화의집 지역아동센터에는 현재 필리핀 공동체 회원 60여 명이 마빅 딤라 협동목사와 함께 따갈록어로 매 주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고, 40여 명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일예배 뿐만 아니라, 금요일과

토요일에도 성인기도예배와 저녁예배가 있어 센터는 자주 예배의 공간으로 쓰여진다. 주일예배 후에는 필리핀 음식을 나누며 친교하는 시간을 갖는다. 박 목사는 "처음에는 필리핀 사람들이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이용하는 대신 손으로 밥을 떠먹는 모습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튀긴 음식이 많은 기름진 필리핀 음식이 별미로 느껴질 정도로 친숙해졌다.
타향살이의 서러움과 문화차이 극복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들의 가정을 든든히 세워가는 일을 돕기 위해 평화의 집은 2007년부터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학습지원, 문화체험, 생활지원, 무료급식, 지역사회연계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2009년에는 평화의 집 지역아동센터가 시설인가를 받으면서 정식 지역아동센터로 자리잡았다. 지역아동센터가 곧 이주민 노동자들의 교회이자, 무료 쉼터, 상담센터, 친교모임의 장소인 것이다.

박 목사는 "필리핀은 가톨릭 문화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성품이 온화하고 기독교를 전파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필리핀 국민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또한 6.25 참전을 한 역사가 있어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고, 참전에 대한 긍지를 갖고 있다고 전한다. 또한 400년간 스페인 통치를 받았기 때문에 끈끈한 민족애도 자랑한다. 박 목사는 "불법체류자로 추방당할 시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정착을 지원해주는 걸 보며 끈끈한 동지애와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남성들이 필리핀 여성과의 결혼을 원할 경우 꼭 알아두어야 할 점도 지적했다. "필리핀은 철저한 모계사회로, 부계 중심의 문화에서 지낸 한국 남자가 필리핀 여성과 결혼 생활에서 문화차이로 인해 이혼율이 70%에 육박한다"며, "필리핀 여성들은 가정의 주도권을 갖고, 본국에 있는 자신의 가족들을 재정적으로 물심양면 돕는 반면, 한국인 남편의 폭력이 있을 때에는 즉시 아이를 데리고 나가버리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인 남성과 이혼한 필리핀 여성은 필리핀 남성과 재혼하여 '새로운 족보'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 아이들은 순수 필리핀인이나 국적은 한국이 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와같이 필리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섣불리 결혼을 했다가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반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대부분 한국문화에 더 친숙하다. 한국말이 능숙한 것은 물론, 김치를 좋아하고, 모습은 이국적이나, 정서적으로 한국인에 더 가깝다. 그러나 부모의 긴 노동시간과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센터의 보살핌이 절실하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되는 평화의집 지역아동센터는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되며 사회복지사 2인을 중심으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식사 제공, 교과 학습 지도, 정서 지원, 인성 및 사회성 교육, 한국생활 정착을 돕는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 늘 시간이 부족한 이주민근로자 가정에서 해줄 수 없는 여러 활동을 지원한다. 센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아이들의 경우 센터의 차량으로 매일 안전하게 귀가시키고 있다. 박 목사는 "외국인 엄마들이 한글을 읽지 못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날인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며, "근로를 마친 후 저녁 9~10시 경 학습지도관련 문서, 통지서 등을 읽어달라고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평화의 집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무슬림 가정 출신의 아이들도 6명 정도 출석하고 있다. 박진석 목사는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기독교 지역아동센터가 한국사회에서 다문화 충돌의 완충제 역할을 해갈 것을 기대한다"며, 더 나아가 "무슬림 가정의 아이라도 기독교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미래의 선교사로 양성되어 외갓집 선교 또는 아빠의 나라로 가서 선교할 수 있게 되어 우리나라가 지구촌 선교의 중심이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빈곤과 방치 속에 있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슬럼가로 빠지는 일을 막고, 이들을 잘 보살피고 교육해 기독교 인성을 지닌 나라의 인재로 길러내는 일이 기독교 다문화가정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이다. 그러나 아직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이 낮아 관련 기관에 대한 지원은 관심밖이다. 평화의집도 늘 열악한 재정 형편이 난관이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평화의집과 같이 열악한 다문화 아동 센터를 지원해주고 운영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며, "무슬림지역에 선교의 열매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무슬림 아이들을 교회가 잘 돌보면 선교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본다"며 거듭 한국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해 열악한 노동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국가정책은 이들이 가정을 잘 세워나가는 문제까지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나그네들을 외면하지 않고 이들의 다음세대를 좋은 인재로 양육해 나갈 때, 굳게 닫혀 있는 땅끝 선교의 문도 열리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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