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시대, 기독인들은 대화와 존중의 자세 가져야

[ 교계 ] 미국 하버드대 신학대학원 200주년 기념 햄튼 학장 초청 강연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3월 28일(화) 14:59

"1960년 이후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공화당을 위해 투표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선거처럼 80% 이상이 몰표를 던진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민주당과 힐러리는 종교 그룹의 민감성에 대해 충분한 관심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비드 N 햄튼(65) 미국 하버드대 신학대학원 학장은 지난 16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하버드 신학대학원 설립 200주년 기념 특별강연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시대 미국의 양극화, 정치, 그리고 종교'를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서 햄튼 학장은 미국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한 이유를 분석하고, 양극화 시대의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이야기 했다. 세계적인 기독교사회역사학자의 이러한 미 대선 분석은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선 우리나라 국민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 더욱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햄튼 학장은 "트럼프가 이혼, 낙태, 탈세 등 온갖 나쁜 행동을 했는데도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왜 그를 찍었는지 역사학자로서 의문을 가지게 된다"며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2016년의 투표가 자기들의 미국의 잃어버린 낙원을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투표에 참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의 도덕적,인성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80% 이상의 몰표를 몰아준 이유로 △신자유주의세계화와 기술발전으로 인한 직업과 가정 파괴에 대한 두려움 △이민자들의 일자리 차지로 인한 중산층 붕괴에 대한 염려 △블루칼라(노동자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 △동성애 문제에 대한 시각 △종교 쇠퇴 현상에 대한 두려움 △테러리즘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분석했다.

햄튼 학장은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힐러리나 존 케리 모두 기독교인이면서도 선거 운동 기간 종교적 이슈에 민감하지 못했다"며 "중서부에서 자란 힐러리가 감리교인으로서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는데 그의 선거기간 그것을 강조했다면 충분히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패배의 원인을 분석했다. 

"역사학자로서 트럼프의 당선은 서구 사회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에 대한 하나의 상징으로 본다"고 분석한 햄튼 학장은 최근 양극화 된 상황 속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 △정쟁에 몰두하지 말고 실제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할 것 △서로에 대해 알기 위해 노력하고 대화할 것 △상대방에 대해 공격적 언어를 지양하고 문화적이고 겸손한 언어를 사용할 것 △완벽한 승리자나 패배자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를 존중할 것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강연한 햄튼 학장은 영국 벨파스트 퀸즈대(사학)와 세인트앤드루스대 대학원(PhD)을 졸업하고, 퀸즈대, 보스턴대 교수를 거쳐 지난 2012년 7월부터 하버드대 신학대학원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올해로 설립 200주년을 맞은 하버드 신학대학원은 지난 1816년 설립됐으며, 한국

에서는 동문회 회장인 한미라 교수(호서대 연합신학전문대학원 원장)를 비롯해, 노정선 교수(전 연세대),  안재웅 박사(한국YMCA전국연맹 유지재단 이사장), 배철현 교수(서울대 종교학) 등이 졸업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하버드대 신대원 동문 30여 명을 비롯해 김선도 감독(서울 광림교회 원로)과 박진 전 국회의원, 이태식 전 주미대사 및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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