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착한 이단'과 '나쁜 교회' 중 어느 곳 더 선호할까?

[ 교계 ] 한국교회사학회 등 3개학회 공동 학술대회, '종교개혁과 한국교회 개혁과 부흥' 주제로 열려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7년 03월 21일(화) 14:17

오늘날 이단은 계속 발호하는 반면 교회는 오히려 사회로부터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교회 개혁 과제로 '사회의 공신력을 얻기 위한 교회의 도덕적 가치 회복'이 주장돼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시기에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한국교회사학회와 복음주의역사학회, 한국장로교신학회가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는 '한국교회, 개혁의 대상인가?'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이단 대처의 과제로 교회의 도덕성을 주장했다.

이단을 바라보는 교회와 사회의 두 가지 시선을 언급한 그는 "교회가 교리적인 잣대로 이단을 정죄하는 동안 사회는 윤리적인 공공성을 기준으로 이단 문제를 바라본다"고 구분했다.

따라서 교회가 이단들보다 거룩할 때, 사회는 교회의 이단 대처에 공감하게 되고 교회 지도자가 이단 교주들보다 도덕적으로 구별될 때, 교회의 이단 대처는 사회적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만큼, 교회가 먼저 거룩하고 도덕적일 때에 교회의 이단 대처는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처럼 사회의 공신력을 얻기 위한 교회의 도덕적 가치를 강조한 그는 이번 최순실 사건을 통해 한국교회의 민낯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정 농단 파문의 배경에는 한국 기독교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탁 교수는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은 '목사'의 모습으로 활동한 '사이비'였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기독교를 이용했다"면서 "문제는 다수의 '진짜 목사들'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가짜 목사' 최태민을 이용했고, 최태민 자신도 신분 세탁과 정치적 활동을 위해 이들 '진짜 목사들'을 적절하게 이용했다"고 한국교회의 민낯을 고발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는 "최태민의 가짜 목사 행세는 권력에 기생해 영화를 누리려고 그의 곁에 모여들었던 많은 '진짜 목사들' 덕분에 가능했다"면서 "한국 기독교가 최근 국정 농단 파문과 관련해 자유롭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개혁 주체의 '예견된 몰락'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단들이 내세우는 종말에 대해 교회의 발빠른 대처가 미흡했던 점도 언급했다. 그는 "이단 교주들은 종말을 팔아 세력 확장을 시도하고 이단 신도들은 종말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언급한 후, "안타까운 점은 믿었던 종말이 거짓이거나 단지 사리사욕을 위한 사기극이라는 것이 밝혀져도 종말론 집단을 이탈하기보다는 또 다른 종말을 기다리는 이들의 애처로운 모습을 봐야 하는 것"이라며, "이단 교주들에게 종말은 목적이 아니라 항상 탁월한 사업 아이템"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 사례로 그는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이단 집단을 꼽으며 "이 집단은 1988년, 1999년, 2012년 반복적인 종말을 주장해왔지만 2012년 종말은 오지 않았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이 집단이 한편으로는 2012년 종말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2012년 한 해 동안 전국 29개 지역에 부동산을 매입해 대형교회를 설립했다"고 설명하면서 이단이 주장한 종말의 결과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지적했다.

이러한 이단에 대해 교회는 정결한 모습으로 새로워지고 개혁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국사회는 '착한 이단'과 '나쁜 교회' 중 어느 곳을 더 선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한 그는 "아무리 고상한 성경적 가르침이라 하더라도 행함과 사랑이 없으면 소용이 없으며 반면 아무리 비성경적인 이단이라 하더라도 이타적인 봉사활동이 사회에 노출될수록 주변사회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오늘의 한국 사회의 정서"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이단 규정의 주체인 교회가 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는 반면, 이단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감춘 채 친사회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며 사회적 공신력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한 그는 "교회가 정결한 모습으로 새로워지고 개혁되지 않으면 이단 대처의 명분과 영향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면서 "빛과 소금의 삶을 사는 교회만이 종교적 다양성과 관용의 시대에 뿌리내리는 이단들의 도전에 당당하게 응전할 수 있다"고 교회의 정결한 모습을 내세웠다.

오늘날 이단과 교회의 상황을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모습과 '므두셀라 증후군'을 앓는 모습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꿈꾸고 동경하는 허구의 세상을 진실로 믿고 거짓말과 행동을 합리화하는 증상이며, '므두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기억들 중 좋은 추억은 기억하고 나쁜 기억은 지우려 하는 심리 상태로 설명했다. 그리고 이 시대를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이단이 므두셀라 증후군을 앓는 교회에게 도전하는 형세라고 지적했다.

전체 국회의원 40%가 그리스도인인 나라, 수많은 사회 지도자들이 그리스도인인 나라, 세계적인 두각을 나타내는 선교 강국, 그리고 양적 성장이 극대화된 아름다운 한국교회의 모습만을 기억하기 원하는 대신 영광의 그늘 뒤에 가리워진 참담한 교회의 모습으로부터는 애써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서 므두셀라 증후군을 발견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어제와 오늘의 과오를 직시하고 직면할 수 있는 신앙적인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어제의 잘못을 겸허히 노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지혜와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며 마침내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로 하루하루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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