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그래함과 한경직 목사님

[ 땅끝에서온편지 ] 디아스포라 리포트 -<6>

김주용 목사
2017년 03월 17일(금) 10:50

시카고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쯤 차로 가면, 휘튼(Wheaton)이라는 도시가 나온다. 그곳에는 휘튼칼리지라는 전통적인 기독교 명문 사립대학이 있다. 그곳은 세계 복음주의 선교운동인 로잔운동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4년 빌리 그래함 목사를 비롯해 영국의 존 스토트, 도널드 맥가브란 등의 복음주의 계열의 학자들과 목회자들이 스위스 로잔에 모여 복음주의적 선교운동을 근간을 세우고자 새로운 선교 방향을 제시했다. 그런데 바로 제 1차 로잔 대회 때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빌리 그래함 목사와 로잔운동 속에 '사회적 책임'의 의식을 넣은 선교신학자 레네 파딜랴, 그리고 최근까지의 로잔언약을 이끌어 온 로잔운동의 명예회장인 더그 버드셀이 휘튼대학 출신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눈을 뜨던 대학시절, 기독교 전통의 휘튼대학에서 신학과 세상을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그들은 복음주의 선교운동을 꿈꿔 왔던 것이다. 여전히 그곳은 기독교 정신을 보수한다. 그러나 세상에 동떨어져 있지 않는다. 실제 휘튼대학 캠퍼스에는 담장이 없다. 학교 옆 마을과 하나처럼 캠퍼스 도시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세속적 문화와 환경이 학교에 만연해 있지 않다. 마치 우리 교단 소속 신학교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바로 그곳에 빌리 그래함목사의 삶과 목회, 세계선교를 향한 사역을 기념하는 빌리그램함기념관이 있다. 그 기념관 안에는 빌리 그래함 목사가 전 세계에서 활동했던 수많은 자료와 사진,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별히 그 가운데 1970년대 초, 한국 여의도광장에서 대규모 전도집회를 했던 장면은 유독 눈에 띈다. 그래서 한국에서 시카고로 방문하는 사람들 가운데 신앙적인 곳을 찾길 원하면, 어김없이 이 기념관을 방문하여 1973년 빌리 그래함 목사가 집회를 했던 여의도 전도대회 사진을 보여 주면서 아련한 신앙적 추억을 나누게 한다.
"내가 빌리 그래함 목사의 설교단에서 직선으로 맨 끝에 앉아서 말씀을 들었지." "새벽에 어머니 손을 잡고 버스를 3번이나 갈아타고 여의도에 와서 밥도 굶으면서 빌리 그래함 목사의 설교를 들었어." "권사님도 이곳에 있었어?" "있었지. 이때부터 교회 다니기 시작했어."

또한 시카고에 이민 온 오래된 신자들도 빌리 그래함 목사의 여의도 집회 사진을 보면서, 다시 서울로, 다시 하나님을 처음 만난 그 때로 돌아가 영적 추억에 빠지곤 한다. 그것은 이제 몸이 쇠약해져 긴 여행을 할 수 없고 주변의 사람들도 하나 둘 하나님의 부름을 받게 되어 고국에 돌아갈 이유가 점점 없어져 가는 이민교회의 어르신들은 더욱 그렇다.

"노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저 목사님 때문에 내가 미국을 동경하게 되었지요."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설교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 말씀의 능력이 나를 변화시켰어요." "미국에 와서도 한 동안 나는 TV로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영어 공부를 했지."

그렇게 35년 전의 일을 회상하면서, 더불어 한 사람을 더 회상해 낸다. 바로 그 분은 한경직 목사이다. 1973년 집회 때, 한경직 목사는 집회 인도를 했고, 중간 중간 말씀을 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전하신 말씀이 "첫째도 사랑, 둘째도 사랑, 셋째도 사랑!"이었다고 한다. 빌리 그래함 목사가 말씀을 전하고 결신자들을 일으켜 세울 때, 수 만 명이 결신했는데, 그 때 그 결신자들 중에는 빌리 그래함 목사의 말씀 때문만이 아니라, 한경직 목사의  말씀에 결신한 사람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그 때 은혜를 받고 결신해 지금까지 신앙을 이어온 80세가 넘은 한 신자는 "당시 빌리 그래함과 한경직 목사님 두 분의 영적인 조합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자 하나님의 예비하심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필자는 솔직히 한경직 목사의 은퇴한 모습만 보았고 그 분의 설교만 들어보았을 뿐 잘 알지 못한다. 빌리 그래함 목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들을 통해 평생 하나님을 사모하며 살게 된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 그 두 목사를 모른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특히 시카고라는 땅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한 빌리 그래함과 한경직 목사의 영적인 조합을 알게 된 것은 어떤 것보다도 기쁘다. 시카고에서 만난 한경직 목사님! 시카고 이민교회에서 다시 소생하는 빌리 그래함 목사님! 이들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이곳 시카고가 참으로 은혜롭다.

김주용 목사/시카고 기쁨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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