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픔, 분단 극복의 첫 걸음

[ NGO칼럼 ]

장미란 위원장
2017년 03월 14일(화) 17:02

북한 권력 당국의 무리한 핵개발에 이어 김정남 독살 사건 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북한에 대한 불신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 간의 신뢰형성은 점점 더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북한 주민을 '함께 평화를 만들어갈 협력자'로 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북한을 분단극복과 평화통일을 위해 함께 일할 동반자로 바라보지 않으면 어떤 관계 개선도 시작할 수가 없다. 통일은 결코 어느 한쪽의 승리여서는 안 된다. 통일은 양쪽 모두의 승리여야 하고 주변 국가들도 반기는 동북아지역 평화의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70년 동안 서로 달라져버린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하며 그 지점에서 평화를 위해 연대를 시작할 때, 남과 북 양쪽 모두를 승리로 만들어가는 평화적인 통일과정이 시작될 것이다. 모든 평화는 한쪽의 양보에서 시작한다. 손해 보아도 좋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져도 된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전쟁에 져도 된다는 말이 아니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져야 된다는 말이다. 얼어붙은 마음과 두렵고 경계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북한 사람들에게 그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두려움과 미움으로 딱딱하게 굳어져버린 마음을 부드럽게 녹이고 먼저 다가서는 것이 신뢰 형성의 첫 걸음이다.

시민단체는 남북한 시민이 구체적인 삶에서 느끼는 고통과 그들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가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YWCA는 오래전부터 미래 통일시대에 우리 아이들과 함께 평화를 구축해 나갈 동반자인 북한 어린이들의 건강에 주목해왔다.

YWCA 분유보내기운동은 여리고 약한 생명을 지키고 보살피며 잘 키워내려는 어머니의 마음에서 출발하였다. 내 자식, 내 핏줄만 잘 먹여 키우고 살리는 것이 아니라 약하고 여리고 다치기 쉬운 모든 생명을 지켜내고 살려내겠다는 '확장된 어머니의 사랑'으로 시작한 운동이다. 그것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남한 어머니들이 사랑을 보낸다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것은 남북한 마음의 통일을 위한 운동의 시작이었다. 정치와 제도차원의 통일이 이루어진다 해도 궁극적인 통일은 남과 북의 주민들의 마음의 통일에 달려 있다. 마음의 통일이 이루어질 때라야 통일은 완성된다.

모든 것이 막혀 있던 2016년이었다. 북한은 변할 것 같지도 않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사건들을 계속 일으킨다. 그러나 새 봄의 도착과 함께 한반도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것을 기다려본다. 남북의 민간교류가 활발해질 것을 기대해본다. 남북을 이어주는 지상의 길과 마음의 길이 활짝 열리고 서로 서로를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는 협력자'로 바라보면서 손잡을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남과 북이 대화를 통해 현재의 남북한 사회보다 더 나은 사회, 더 정의롭고 평등하고, 따뜻한 인격적인 교류가 가능한 사회, 모든 사람이 인간적인 동등한 대접을 받는 사회, 안전한 사회, 서로 믿으며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기 위해 마음을 열고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한다.

장미란 위원장
한국YWCA연합회 평화통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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