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미디어 끄고, 말씀을 펴자

[ 문화 ] 사순절 특집/스마트폰과 SNS 금식(3)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3월 13일(월) 17:45
   
▲ 팻머스미디어금식 홈피 이미지.

사순절은 부활절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으로, 교회는 A.D.325년 니케아 공의회 때부터 이 40일을 금식과 특별기도, 경건 훈련의 기간으로 삼으며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해왔다.

1700여년 동안 성도들은 사순절 기간 주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회개와 기도, 절제와 금식, 깊은 묵상과 경건의 생활을 통해 수난의 길을 걸어가신 주님을 기억하며 그 은혜에 감사해 온 것.

그러나 사순절을 보내는 지금의 우리들은 시간을 적극적으로 구분해 그리스도의 고난과 은혜를 묵상하고 있을까?

지난 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가정 내 미디어 이용제한과 아동ㆍ청소년의 이용시간' 보고서에 따르면, 만 6세 이상 18세 미만 아동ㆍ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1시간 15분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성인의 경우는 어떨까?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15년 조사한 실시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TV 시청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52분, 스마트폰 평균 이용시간은 1시간 17분으로 조사됐다. TV 시청과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합치면 4시간이 넘는 셈이다.

또 다른 최근 조사도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2개 회사에서 20세 이상 성인남녀 3242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관련 조사를 한 결과 '스스로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84.8%가 '높다'는 답이 나왔다. 20대(89.5%) 30대(87.2%) 40대(74.7%) 50대이상(65.3%) 순으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스마트폰 의존도는 높았다. 또한, 응답자들은 90.8%가 취침 전, 84.9%가 기상 직후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한다는 대답이 52.2%로 가장 많았다. 이 응답으로 미루어 짐작하거던데 기독교인들도 잠자기 전 기도나 기상 후 QT보다 스마트폰으로 각종 정보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까?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행위는 정보검색과 메신저로, 각 60.5%, 60.2%를 차지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메신저, 정보검색, SNS, 음악감상, 뉴스확인 등을 주로 한다고 답변했다. 이제 스마트폰에서 전화통화나 메시지를 주고 받는 기능은 주기능이 아니라 여러 기능 중 하나일뿐이다.

이렇게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기능을 넘어 습관과 사고에 지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매체가 됨에 따라 교계에서는 최근 사순절 혹은 고난주간만이라도 예수님의 십자가와 고난에 집중하자는 운동이 수년째 전개되고 있다. 이른바 '미디어 금식운동'이다. 이 운동을 통해 비기독교적인 문화를 절제하는 것은 물론, 보다 더 나아가 신앙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선택하자는 것.
고난주간이 되면 전통적으로 음식을 절제하는 하는 것(금식)이 오랜 문화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서는 또 다른 금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독교 교육전문가들은 "사순절 기간 동안 미디어를 절제함으로 중독에서 벗어나는 21세기형 금식이 필요하다"며 "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독을 일으키는 행동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수년간 고난주간 미디어 금식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팻머스문화선교회(대표:선량욱)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는만큼 현대인들은 중독현상, 허위 사실에 기초한 여론 형성, 책임의식 결여, 사이버 범죄 확대, 폭력에 대한 불감증 등 미디어의 폐해도 증가하고 있다"며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다음세대에게 지혜로운 미디어 활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이제 필수 교육이 되고 있다. 고난주간만이라도 온전히 예수님을 묵상하고 신앙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미디어 금식이 필요하다"며 고난주간 미디어 금식 운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스마트 미디어 중독 예방 교육 전문기관인 (사)놀이미디어교육센터도 올해 교회와 함께 다음세대를 위한 미디어금식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Turn off Media, Turn on Life!'를 구호로 미디어금식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놀이미디어교육센터는 깊은 묵상을 방해하는 스마트폰을 자제하고, 이 기간 성경을 읽으며 묵상하고, 예배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400여 교회와 함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미디어금식을 위해 안내 리플릿을 배포하고 서약서를 작성하게 하며, 아예 TV 덮개나 스마트폰을 보관할 수 있는 주머니 등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사)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은 "최근 실험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옆에 놓아두기만 해도 주의력이 떨어지고 수면 부족 가능성이 79%이상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예배시간 만큼은 집중하기 위하여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계속 손이 가고, 뿐만 아니라 식사할 때도, 잠자리에 들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우리의 눈과 손, 그리고 마음까지 쏠려있기에 일상생활 속에서 의도적으로 작정하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권 소장은 "정부조사 결과 만 10~19세의 30.6%가 스마트폰 중독인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스마트 미디어 중독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교회와 가정이 이번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원거리 의사소통의 기능를 넘어 의식을 지배하는 단계에 들어선 스마트폰. 사순절 기간만이라도 주님의 고난과 은혜를 묵상하기 위해 잠시 멀리해두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방어막이 된다는 것을 기억할 때다. 혼자만의 결단만으로 어려운 경우 주위의 가족, 친구들과 함께 미디어 금식 캠페인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