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가짜 '나', 진짜 행복하신가요?

[ 문화 ] 사순절 특집/스마트폰과 SNS금식(2)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3월 13일(월) 17:07

직장인 A씨의 페이스북에는 풍요와 은혜가 넘친다. 럭셔리한 식당에서의 식사 사진, 가족과 함께 휴양지에서 단란한 한때를 보내는 사진, 심지어는 어려운 일이 있어도 성경구절과 자신의 묵상 내용을 올리는 A씨의 페이스북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절로 생긴다. 페이스북 속의 A씨는 경제적으로 여유있고, 고상하고 가정적이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다.

그러나 실상에서의 A씨는 어떤 사람일까?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말종이'다. 지독히 기회주의적인 성격의 그는 회사에서 직원들 대부분과 사이가 좋지 못하다.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못한데다가 상대방의 아픔과 감정을 잘 공감하지 못하고, 일과 책임은 동료들에게 전가하고, 공은 자신이 차지한다. 오죽하면 '인간말종'이라는 뜻에서 별명이 '말종이'라고 붙었을까.

#'현실의 나'와 'SNS에서의 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SNS의 발달로 직장인 A씨와 같이 현실과는 달리 온라인에서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많다. 전문용어로 이들을 '온라인 리플리'라 부른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말한다.

심한 경우에는 사진마저 다른 사람의 것을 올리고, 학력 및 경력, 현직 등을 속여 온라인에서 유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사람들을 기만한다. 무직으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젊은이가 SNS에 자랑하기 위해 몇 주 동안 밤잠 안자고 일해 모은 수십만원으로 외제차를 하루 빌려 SNS에 올리는 경우가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을 잘나가는 기업가 등으로 속이기며 사기를 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SNS의 보편화와 어려운 경제적 현실 등이 맞물린 결과다. 현재 자신의 모습과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온라인상에서나마 누리고 싶어하는 심리를 가진 '온라인 리플리'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현실에서 바라는 삶을 살 수 없다보니 온라인으로 도피해 자신이 원하는 자아를 만들어내는 이들의 문제는 다분히 사회문제로 분석되기도 한다. SNS로 불거지는 사회문제가 예전에는 없다보니 이에 대한 인문ㆍ사회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교회에서도 현실에서의 결핍을 SNS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해소하려는 이들의 상황과 마음을 살피고, 보다 깊은 소속감과 연대감, 목회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온라인 교회를 만들어 이를 오프라인 교회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페이스북교회가 일부 젊은이들에 의해 운영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것은 사실 실험단계일뿐 세월에 의해 검증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어떠한 평가도 내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가짜뉴스까지 판치는 세상

'온라인 리플리'의 증가 이외에도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기 힘든 SNS의 특성상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가짜뉴스(fake news)'다. 가짜뉴스는 현실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설사 거짓기사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SNS의 속성상 확산된 내용의 폐해를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그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가짜 뉴스는 언론사들의 취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보와는 달리 뉴스를 생산하는 이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 배포되는 가짜 정보를 담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탄핵과 대선 정국을 앞둔 시기에 가짜뉴스는 여론을 양극화 시켜 정치적 갈등을 더 증폭시키며, 정치적ㆍ사회적 합의 도출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SNS에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인, 사회적인 역작용도 많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원칙을 두고 사용해야 하며, 사회적으로는 부작용으로 인한 타인의 피해가 없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교계에서는 특별히 사순절을 맞아 스마트 미디어 중독 예방 교육 전문기관인 (사)놀이미디어교육센터가 교회와 함께 다음세대를 위한 미디어금식캠페인을 전개하며, 깊은 묵상을 방해하는 스마트폰을 자제하고, 이 기간 성경을 읽으며 묵상하고, 예배에 집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기 힘든 SNS. 거짓으로 포장해 일시적으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그것으로 자기만족을 채울 수 있지만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진실한 삶이 무엇일까 사순절을 맞아 더욱 깊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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