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를 온전히 이루는 이민교회

[ 땅끝에서온편지 ] 디아스포라리포트-<5>봉사의 사명

김주용 목사
2017년 03월 10일(금) 16:36
▲ 지역 푸드뱅크 봉사에 참여한 시카고기쁨의교회 교인들이 활짝 웃고 있다.

이민교회는 흩어진 디아스포라 교회이다. 타국의 삶 속에서 온갖 무시와 모욕을 받으면서도 주일 하루만큼은 떠나온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한인 이민교회에서 위로를 받고자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그것만으로 이민교회의 목적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왜 하나님께서 이 땅에 이민자로 살게 하셨으며 디아스포라 교회를 세우게 하셨는지'를 많은 이민교회들이 기도하고 고민하고 있다. 결론은 이민자들이 섬기는 교회도 고국의 모교회가 가지고 있는 교회의 사명과 다르지 않으며, 이민교회도 선포하며(케리그마), 교육하고(디다케), 봉사하며(디아코니아), 교제하는(코이노니아) 교회로서의 사명을 그대로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디아코니아'는 이민사회에서 중요한 사명의 실천 가운데 하나이다.

중요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한편으로는 많은 이민교회들이 구제와 봉사에 대한 실천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 그 실천이 어렵다고 행하지 않는 이유를 변명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이민교회들이 교회의 본질적 사명 가운데 하나인 디아코니아의 사명을 너무 쉽게 간과한다.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 교회는 지금 빌려 쓰는 교회에서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이유로 지역사회를 위한 디아코니아의 실천이 없는 경우가 생각 외로 많다. 그러나 교회의 사명은 상황과 조건에 맞춰서 하는 것이 아니다. 의지와 결단으로 나타내야 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시카고 기쁨의 교회는 개척 때부터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세상을 섬기는 교회'라는 비전을 가지고 지역사회를 위한 작은 디아코니아의 실천을 시작했다. 먼저는 시카고 지역 사회에 있는 푸트뱅크의 단체(Greater Chicago Food Depository)에 찾아가 자원봉사를 했다. 개척초기, 교회 건물도 없이 호텔 컨퍼런스룸과 식당을 전전하며 예배를 드리던 시절 'Suda QT(말씀묵상으로 수다를 떠는 성경공부 모임)'라는 것을 만들어 작은 카페에서 매주 모임을 가졌다. 그러던 중, 말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을 실천하는 곳에 함께 나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성도들에게 제안을 했고, 그 날 이후로 분기별에 한 번씩 푸드뱅크에 가서 봉사를 하게 되었다. 이 봉사활동은 전교인 대상으로 확대되어, 현재는 거의 격달에 한 번씩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 봉사를 하며 성도들과 함께 놀라는 것은 미국의 대도시인 시카고에 1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이고, 더불어 이를 위해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투자해서 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봉사자들 가운데, 80세가 넘은 봉사자도 있었다. 그는 30년 동안 매달 이 봉사에 참석해 왔다고 했다. 그 봉사자를 만난 성도들은 이제 이민교회가 단순히 한국 이민자들만을 위한 사역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됨을 현장 속에서 깨닫기도 했다.

또한 필자의 교회는 외딴섬에 갇힌 한국 이민교회가 아닌, 지역사회와 통(通)하는 디아코니아의 교회가 되기 위해서 '지역사회를 위한 한인축제'를 개최했다. 물론 미국 도시마다 한인축제들이 있지만, 대부분 행사가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보통 상업적인 목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교회가 개최한 한인축제는 전적으로 지역사회를 섬기고자 하는 선교적 차원이었다. 한국 전통 음식과 놀이, 한복 입어보기, 한글 이름 만들기, 태권도와 풍물패 시범 등을 준비했다. 모든 것을 지역 주민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기 때문에, 언어적인 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했다. '당신이 사는 마을에 한국이민교회가 있습니다'라는 인식과 동시에 한국 문화를 알리고, 더 나아가서는 보이지 않는 복음 전파의 역할도 기대했다. 축제를 통해 들어온 수익은 전부 지역사회의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보통 미국의 주민들은 한인교회가 자신들이 사는 마을에 있는지도 모르고 살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이 아니다. 교회는 언어와 인종, 민족, 지역 등에 상관없이 담장을 내리고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고 대접하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은가! 그 뜻을 '지역사회를 위한 한인축제'를 통해 부족하지만 실천해 보았다. 그 외에도 시카고 기쁨의 교회는 한인사회 안에 있는 장애우들을 돕고 있는 밀알선교회를 매달 후원하고 분기별로 점심 봉사로 함께 하고 있다. 또한 지미 카터(Jimmy Carter)가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던 해비타트 (Habitat for Humanity)에 주변 지역에 집짓기 봉사가 있을 때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신앙의 디아코니아을 실천하고 있다.

이민교회는 흩어진 디아스포라의 교회이다. 그러나 교회의 디아코니아 사명은 결코 흩어져 있지 않다. 디아스포라이지만 디아코니아가 온전히 이뤄지는 모든 이민교회의 모습을 거룩히 상상해 본다.

김주용 목사
시카고 기쁨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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