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없는 세상을 꿈꾸며

[ 4인4색칼럼 ]

이대성 대표
2017년 03월 08일(수) 12:05

이대성
수필가ㆍ벨로체피아노 대표

지금부터 꼭 3년 전, 그날은 날씨가 참 맑았다. 자정을 넘겨 인천공항을 출발한 필자는 두 번의 비행기를 갈아타며 오랜 시간을 날아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이집트 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직원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들과 함께 다시 이집트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이집트 휴양도시인 샤름 엘 셰이크로 출발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20여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좀 더 가야 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나이반도는 옅은 흑갈색의 바위산으로 덮여있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시나이반도의 일부 산봉우리 정상은 엷게 쌓인 하얀 눈이 햇빛에 반사돼 눈이 부시도록 반짝였다. 돌산으로 덮인 시나이 광야 저 멀리로 아주 선명하고 파란색의 홍해가 시야에 들어왔다. 모세가 하나님께 십계명을 받았던 축복의 시내산이 바로 발아래 있지만, 흑갈색의 바위산만큼이나 착잡한 마음과 걱정은 뇌리에서 사라지지를 않았다.

2014년 2월 16일 주일 저녁, 한국인 성지순례 관광객 32명이 탄 버스가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국경 타바에서 폭탄테러를 당했다는 뉴스 속보가 텔레비전에서 자막으로 흘러나왔다. 순간 혹시나 하는 불길한 생각과 걱정은 이내 현실이 됐고, 다음날 필자는 교회 대표로 유가족들과 함께 이집트 홍해의 해안가에 있는 샤름 엘 셰이크의 샤름국제병원으로 날아갔었다. 오랫동안 기도로 준비하며 설렘과 기다림 속에서 성지순례를 떠났던 교인들, 하지만 이집트의 이슬람 과격파 무장단체의 만행으로 머나먼 이국땅에서 많은 사람이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빼앗겼다. 

필자를 본 부상당한 교인들은 반가움인지 아니면 안도하며 긴장이 풀렸는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온몸의 통증을 참아내며 보호자도 없이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국만리에서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했을까? 처참한 병실의 모습은 사건 발생 사흘째인데 응급조치만 하였던 터라 상처를 동여맨 붕대에서는 지혈이 안 돼 피가 흘러내리며 병상을 적시고 있었다. 파편으로 인한 부상이라 살이 문드러지고 피부가 괴사하는 환자도 있고 신체 일부를 절단한 환자도 있기에 속이 타들어 갔다. 우여곡절 끝에 교인들과 함께 한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었다. 

요즘도 테러가 종종 일어난다. 정치적 이념과 종교가 다르다고, 또한 경제적 욕망 때문에 무자비한 학살이 벌어지는 현 세태가 참으로 안타깝고 끔찍하다. 성경에 보면 '천하보다 귀한 것이 인간의 한 생명이며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냐'고 기록돼 있다. 세상은 아직도 평화와는 거리가 먼 범죄와 테러로 인하여 무고한 많은 생명이 죽어간다. 이슬람 무장단체가 신봉하는 신도 이러한 무자비한 살상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내 생명이든 남의 생명이든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하는 것은 창조주의 뜻이 아니며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인간의 생명은 온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며 신이 내린 축복이다. 테러가 없는 생명을 존중하는 평화의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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