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에서 길을 찾다 (2)유전무죄 무전유죄

[ 특집 ] "법 앞에 평등 원칙, 반드시 지켜야"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7년 03월 08일(수) 11:48

박동명 교수
법학박사ㆍ국민대 외래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 환경이 예전보다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일반인 사이에서 느끼는 상대적 빈곤과 불공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부조리와 불공정이 여전하다고 말한다. 이는 규범과 질서를 강조하는 법률과 사법영역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있다"라는 말인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대학에서 법학을 강의하고 있고,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옴부즈만, 교육청의 감사관 등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힘 있고 강한 자'의 편에 서서 손을 들어주는 법적용의 현실과 내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의 이념은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성별ㆍ종교ㆍ국적ㆍ사회적 신분 등에 의해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며, 모든 사람이 인격체로서 평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 이러한 평등사상은 고대 그리스 사상과 중세 그리스도교에서도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신 앞에 평등'을 주장했던 중세시대는 물론 '법 앞에 평등'을 강조했던 근세시대에도 '평등'만큼은 강조되는 커다란 원칙이었다.

그러면 우리사회에서 법률과 사법권은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을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그 내용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첫째 재벌총수를 비롯한 소위 '가진 자'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어 내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총수나 실력자를 구속하려고 할 때, 일부에서는 '경제 위기'를 앞세우며 '가진 자'의 구속이 한국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어쩌면 가진 자들이 가진 언론을 동원해서 여론몰이를 하는지도 모른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의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난 일련의 내용들을 보면, 우리나라 재벌들이 돈을 건네는 대가로 후계 승계나 사업권 획득 등 반대급부를 챙겼다는 물증이 나오고 있다.

재벌들이 그동안 얼마나 정경유착이라는 검은 연결고리를 통해 기생해 왔는지를 이번 특검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재벌 총수의 처벌이나 사면ㆍ복권 문제가 나오면,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경제위기'란 주장으로 '법 앞에 평등이라는 원칙'은 무대 뒤편으로 감추어지기 일쑤다.

둘째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굴림하는 막강한 사법 권력의 모습이다. 1999년 '삼례 나라슈퍼 3인조' 사건에서 살인범으로 몰렸던 사람들이 무죄로 밝혀지고, 2000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옥살이를 했던 한 사람들을 주목해 본다. 법원 재심에서 억울함을 풀었지만, 약하고 소외받는 자들의 슬픔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일 것이다. 

더구나 지적장애인이나 소외계층 청소년을 희생양으로 삼아 수사하고 재판했던 것은 일분을 토할 일이다. 우리 사회의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로서 치안을 담당하고, 검찰과 법원은 인권의 '최후의 보루'로써 인권침해를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몰아서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것은 울분을 참기 힘들게 한다. 아무리 과학적 수사를 앞세우고 공정한 재판을 강조하지만, 이러한 억울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셋째 범죄자의 입을 통해 나오는 절규를 귀 기울 필요가 있다. 필자가 굳이 범죄자의 사례와 목소리를 인용하는 것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 말이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1988년. 지강헌 일당의 절규였는데, 그는 556만원을 훔쳐 달아나다 17년형을 선고(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 받았다. 지강헌 등 25명의 범죄자들은 1988년 10월 한 교도소에서 다른 교도소로 이송되던 12명이 탈출하여, 서울시내로 잠입했다. 호송교도관의 권총을 탈취하여, 인질극을 벌였고, TV 생중계로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지강헌은 홀리데이를 들으며 창문을 깨 만든 유리조각으로 목을 찔러 자살을 기도했으나, 경찰특공대가 쏜 총 2발을 맞고 과다출혈로 숨졌다.

지강헌에게 내려진 판결은 당시 전경환(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의 판결과 비교되었는데, 전경환은 76억원을 횡령하고도 징역 7년을 선고받고 2년 만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지강헌의 말을 인용해 보면,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전경환의 형량이 나보다 적은 것은 말도 안 된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신분이나 재산의 유무에 관계없이 공정하고 공평한 법적용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뇌물공여 및 횡령혐의'를 받은 삼성 이모 부회장은 특검이 추산한 금액만 430억원이다. 앞으로 특검의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난 1월 구속을 면했다. 반면에 이즈음에 법원은 버스운전 기사가 회사에 2400원을 덜 입금했다는 이유(횡령)로 해고된 것은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이제 우리사회에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 속칭 '벤츠 여검사'와 '스폰서 검사' 사건 등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례들이 많다. 작년 9월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어,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높이고 부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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