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절반이 근로자, 수도권 집중

[ 연중기획 '이웃' ] <4>한국교회 이주민선교의 실태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7년 03월 03일(금) 18:48

한국사회는 진보와 보수, 신세대 구세대, 각 계층간 소통의 부재가 불통, 관계단절, '혐오'를 낳는 과정을 겪으며 양극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같은 문화권에서 동일한 언어로 대화가 가능한 단일민족 사이에서도 소통이 쉽지 않은데, 언어, 인종, 문화, 사고방식이 다른 다문화 이주민들과의 소통은 더욱 멀고 어렵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이들이 뿌리를 둔 다종교적 상황은 이들을 더욱 낯설게 또는 경계의 대상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한국사회에 깊이 들어와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는 다문화 이주민들과 분리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또 다른 양극화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다문화 이주민 사역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이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문제의 깊은 골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염려한다. 교회는 믿음의 본질인 이웃 섬김을 실천할 때 다문화 이주민을 배제해선 안된다. 이를 위해 먼저 다문화 이웃들에 대한 전체적인 현황과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섬김과 선교의 계획을 세우는 데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74만 여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이주민 근로자가 60만 8116명(35%), 결혼 이민자 14만 7382명(8.5%), 유학생 8만 4329명(4.8%), 외국 국적 동포 28만 6414명(16.4%), 기타 외국인 24만 9921명(14.3%), 혼인 귀화자 9만 2316명(5.3%), 기타 사유 귀화자 6만 5748(4%), 자녀 20만 7693명(11.9%)로 조사됐다. 결론적으로 이주민 근로자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학생이나 결혼이민자도 근로를 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 이주민 가운데 이주민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회와 관련 기관이 이주민 노동자들을 일순위로 섬기는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유이다.
2015년 이주민 국적별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94만명)이 가장 많고, 한국계, 미국,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의 뒤를 이어 동남아시아국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거주 분포 지역을 살펴보면, 경기 지역 31.8%, 서울 26.3%, 경남 6.2%, 인천 5.3%, 충남 4.8%, 경북 4.1%, 부산 3.3%, 전남 2.8%, 전북 2.5%, 충북 2.8%, 대구 2.2%, 광주 1.5%, 강원 1.5%, 대전 1.4%, 제주 1.1%, 세종 0.2% 순으로 기업체와 대학 등이 많이 소재하고 있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시군단위로는 경기도 안산시에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며, 이어서 서울 영등포구, 경기도 수원시, 서울 구로구 순으로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주민선교를 하고 있는 교회와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KD한국교회희망봉사단의 설문결과를 살펴보면, 한국교회가 다문화 이주민 사역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더욱 구체적인 통계를 살펴볼 수 있다. 조사에 의하면 이주민 선교를 실시하고 있는 교회와 기관, 단체는 570여 개로 확인됐다. 이주민선교의 경향에 대해 살펴보면, 결혼이민여성선교는 발전 중이며, 다문화가정자녀선교는 초기단계이고, 유학생선교는 전략적으로 종교권별로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난민 선교는 적은 난민 숫자에 대비해 50배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교회의 이주민선교의 목적은 다양하다. 조사에 응한 교회와 기관들의 운영 목표는 통전적 28%, 전도 25%, 세계선교 19%, 인권 및 삶의 질 개선 17%, 교회개척 8% 등으로 조사됐다. 통전적 또는 인권에 초점을 둔 에큐메니칼 성격의 기관이 45%, 전도와 선교를 지향하는 복음주의 성격의 기관이 52%로 비슷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교 대상을 살펴보면 이주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선교 32%, 결혼이민여성선교 29%, 다문화가정선교 19%, 유학생 선교 15%, 난민선교 5% 순으로 나타났다. 이주민 노동자를 대상으로는 출입국상담, 노동상담, 인권상담, 건강상담, 구직 및 진로상담 등이 이루어지고 있고, 결혼 이민여성을 대상으로는 출입국상담, 자녀교육과 구직, 이혼상담 등의 돌봄 선교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이주민 노동자보다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기관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이주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선교는 노동상담이 전문지식과 경험을 요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이주민 노동자들이 귀국을 하기 때문에 감소하는 추세이고, 결혼이민여성은 돌봄이나 사회적 후원이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앞의 통계에서도 살펴봤듯이 이주민노동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전체 이주민의 최대 50%를 차지하고, 앞으로 우리사회에 장기 체류로 이어지는 이주민 노동자들이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이주민 노동자를 대상으로 선교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한국교회의 이주민 선교는 1990년대 초 이주민 노동자를 대상으로 시작되었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결혼이민여성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선교로 확대됐다. 북한이탈주민선교 또한 2000년도 중반부터 활성화됐다. 그러나 체계적인 활동 계획, 공동 목표 및 방향 설정, 정보 공유 활동에는 미흡해 다문화 이주민에 대한 체계적인 돌봄과 이들을 선교의 동력으로 삼는 활동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주민노동자, 결혼이민여성, 다문화가정자녀, 유학생, 난민, 새터민 등의 이름으로 우리의 이웃이 된 이들에 대해 잘 아는 것이 한국교회가 이들을 잘 섬길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다문화 이주민들을 가까운 이웃으로 섬기고 소통하는 일을 국가나 관련 기관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 이들의 참된 이웃이 되어줄 때 선교와 복음의 아름다운 열매도 거둘 수 있다.

전 국민의 약 4%가 다문화 이주민이다. 다문화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는 이때에 교단과 이주민선교 관련 기관이 힘을 모아 다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다문화 이주민에게 맞는 선교정책과 인권 및 복지적 차원의 지원책을 함께 모색하며 전국교회와 공유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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