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교회

[ 땅끝에서온편지 ] <3>미국교회와의 연합-디아스포라리포트

김주용 목사
2017년 02월 24일(금) 11:41

미국에서 한인 이민교회의 상당수는 미국교회를 빌려 쓰거나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보다도 까다로운 행정처리 때문에 아무 장소에서나 예배를 드리거나 종교행위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민교회들은 가능한 종교 건물로 사용이 가능한 교회나 유대교 회당을 빌려서 예배를 드린다.

필자가 섬기는 시카고 기쁨의교회도 현재 한 미국교회(Evanshire Presbyterian Church)를 빌려 쓰고 있다. 3년 전 교회를 개척할 때, 아무 곳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어 종교적 행사가 가능한 호텔 컨퍼런스 룸을 빌려 처음 예배를 드렸다. 이후 곳곳의 교회를 찾아다니면서 놀랐던 것은 '한인 이민교회가 이렇게 많았던가'라는 것이다.

장소가 괜찮은 교회에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면, 어떤 이민교회든 비어 있는 시간에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시카고 교계 명부에도 없는 수많은 교회들이 미국교회를 빌려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한 가지 더 놀랐던 것은 '한인교회가 왜 어떻게 인심을 잃었는가?'였다.

최근 미국교회도 경제적 상황이 안 좋으니, 예배 장소를 가지고 장사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몇 미국교회에서는 "한인 이민교회에는 절대로 빌려 주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유인즉, 계약을 해서 들어온 이민교회는 계약의 내용을 지키지 않고, 대화도 잘 통하지 않으며, 기본 상식적인 예의가 없다라는 것이다. 그런 비판이 모든 이민교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나, 많아진 이민교회만큼이나 부정적인 인식은 피할 수 없는 평가였다. 어떤 미국교회에서는 이민교회가 있는 동안, 단 한 번의 정식적인 대화와 만남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어떤 교회에서는 한국 음식 때문에 하수구가 막혔는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소리 소문 없이 교회를 떠난 이민교회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미국교회는 대체로 오래된 전통 건물이라 사용에 특별히 주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00년이 넘은 전통 건물의 양식들을 함부로 사용하고 훼손하고는 사과 한 마디 없는 이민교회에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경험들 가운데 필자의 시카고 기쁨의교회는 한 미국교회에 들어가면서, 몇 가지 협력의 원칙을 정하고 들어갔다. '미국교회와 함께 드릴 수 있는 예배는 같이 한다', '서로 약속한 것은 철저히 지킨다', '교회를 정리하고 청소하며 관리하는 것에는 우리교회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언어와 문화가 불편해도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을 위해 노력한다'였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성금요일 예배와 성탄절 예배를 함께 드린다.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한다. 찬양을 부를 때는 음은 하나인데, 가사는 두 개인 찬양이 울려 퍼진다. 한국어로 선포되는 말씀에 자막을 통해 설교를 읽은 미국 교인들이 은혜 받고, 영어로 들려지는 특송에 한국 교인들이 은혜를 받는다. 우리 교회가 빌려 쓰고 있는 교회는 70년 전에 두 지역교회가 합해져 지은 교회다. 100여 년 교회가 유지되면서, 현재는 보통의 미국 지역교회처럼, 60세가 넘은 성도들만 30여 명 출석하고 있다. 그래서 연합으로 예배를 드릴 때에는 미국교회 교인들이 누구보다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또한 어떤 행사를 할 때마다 두 교회는 항상 서로 연락하고 논의한다. 분기별로 서로의 당회에도 참여하고, 때로는 아젠다를 가져가 함께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매주 토요일 새벽에는 우리 교회가 미국교회 건물 전체를 청소한다. 나이가 많은 성도들이 교회를 위해 청소할 수 없어서, 용역 청소부가 청소를 하던 것을 우리 교회가 들어와서 대신 청소를 하기 시작했고, 이제 그 청소 사역은 우리 교회의 봉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모임과 행사에 초대하고 대접하는 마음을 갖고 항상 소통하고자 한다. 한인교회에서는 사순절 '재의 수요일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미국교회는 재의 수요일예배를 중요시 여기고 매년 예배를 드린다. 그 때마다 미국교회는 우리 교회 교인들을 초청한다. 또한 우리 교회도 추석이 있는 주일 예배 때에는 한국 전통음식을 준비해 미국교회 교인들을 초대해 함께 나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
이 말씀의 실천이 이민 디아스포라 공동체에서 이뤄지고 있다. 더 많은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연합과 협력이 지역과 인종과 세대를 넘어 '공동체'를 만드는 곳이 되길 매일같이 기도한다.

김주용 목사
시카고 기쁨의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