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 조국의 배(舟)인가"

[ 기고 ]

정재훈 목사
2017년 02월 24일(금) 11:11

주지하는 바 총체적인 대란이고 국난이다. 대통령은 관저에 유폐되어 거동이 제한되었고 손발이 묶인 처지가 되었다.

여당은 갈라서서 자기네 수장인 통치자를 끌어내고 내쫓는데 야당과 손을 잡았고 일부 국민은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되어 용호상박 날 새는 줄 모르는 형국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노심초사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수권영역의 한계 때문인지 국가 기능은 제힘을 잃은 상태이다.

그 난맥상이 벌써 6개월째다. 문제는 탄핵이 '인용'되고 '기각'되든 후유증이고 그 여파이다. 과연 찬반 양쪽이 자기네 주장에 반하는 결과를 받아들이겠는가? 아니라고 본다. 패한 쪽의 극한투쟁이 자명하다. 예상하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고 소름이 으쓱해진다.

정치가 이토록 엉망이고 망가졌기에 그 파장으로 경제가 된서리를 맞았다. IMF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오고 있다하여 서민들이 아우성이다. 또한 AI와 구제역이 동시다발로 엄습해와서 농민들의 한숨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디 이뿐인가 밖으로는 북의 김정은이 한반도를 핵으로 위협하고 탄도미사일 발사를 아이들이 고무줄 새총 쏘듯 하고 있으니 우리로선 골칫거리다. 그의 이복형 김정남이 이국에서 독살되었다니 우리에게도 안 좋은 징조임이 분명하다.

재계의 제일 기업 글로벌 삼성의 총수가 대통령과 관련된 죄목으로 특검에 구속되는 것을 보고 이래저래 세간에 말이 많다. 우리의 가장 큰 수출국인 중국이 사드배치 때문에 한류문화를 차단하는 등 각가지로 압박을 가하고 있어 불안하다. 안타깝게도 내우외환으로 사면초가, 벼랑 끝에선 대한민국 형세이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 조국의 배(舟)인가!”하고 자조적인 푸념으로 일갈(一喝)해 본다.

어쨌든 대선이 금년 상반기 또는 조금 후로 예측된다. 따라서 각 당 후보들이 각축하는 유세장이 마련될 것이다. 여기엔 지금과 같은 양진영의 혼란과 충돌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차제에 종교인들은 자기네 신앙관으로 어느 한 편에 줄을 선다든가 시국을 정의하는 메시지를 피력하지 않아야 한다. 열차가 마주보고 달리면 승객이 다 죽는 것을 왜 모르는가. 제6대 대통령취임 연설문에 "통일과 전진의 대열에는 너와 내가 있을 수 없고 다만 우리가 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어디까지나 최대한 국론분열을 막아야 하고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교회가 나서야 하겠다. 친공(親共)으로 쪼개져서 패망한 월남을 보았지 않은가! 이런 때일수록 시급한 과제는 우리 신앙인들이 믿음과 조국애로 과감하게 일어나서 하나 되는 단결이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갈릴리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사경에 처한 제자들이 "주여 우리가 죽겠나이다"(마8:25)하고 잠드신 주님을 깨웠다. 주무시던 주님께서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니 아주 잔잔하게 되었고 그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제자들이 주님을 깨운 것은 기도였다.

6.25때 이승만 대통령은 피난 정부가 있는 부산시내 교역자들에게 구국을 위한 기도를 요청하였다. 그때 전국에서 피난 온 목사들이 대신동에 있는 항서교회에 모여 지축이 흔들릴 만큼 뜨겁고 애절하게 기도하였다. 그 결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신속하게 결의하여 열여섯 나라 연합군이 우리를 도우러 왔다. 유엔군 파병을 결정할 당시 일이다.

만약 그때 소련 대표가 회의에 참석하여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유엔군 파송을 결의하지 못하게 된다. 뜻밖에도 소련대표인 유진스키가 자기 자동차 캐딜락을 타고 회의장으로 가는데 그만 엔진이 고장 나서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겨우 차를 고쳐서 회의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한국전쟁에 참전하기로 결정을 내린 뒤였다. 기도의 힘이 이토록 크다. 어느 때나 굉장한 사건이 해결되고 엄청난 역사(役事)가 성사될 때 그 배후에는 기도가 있었다.

기도는 하늘나라에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이다. 애국시민들이 여태껏 팔이 아프도록 촛불을 들었고 태극기도 흔들 만큼 흔들었으니 이제 그만 나라의 안정을 위해 멈추어야 한다. 이들의 동의를 얻는 데는 오직 우리가 기도할 뿐이다. 언급하기도 싫을 만큼 노도광풍을 만나 일촉즉발 위기에 빠진 조국의 한국호(號)를 기도로 건져내자.

다시는 탄핵받지 않을 대통령이 선출되도록 기도하여야 되겠음을 천명하는 바이다. 이 사명이 한국교회에 있고 교인된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명심하자.

 

정재훈 목사
경북노회 공로
총회 전 역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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