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해야 산다

[ 기독교교육이야기 ] 유하워드 목사의 사교육과 신앙의 균형 사이 (7)

유하워드 목사
2017년 02월 21일(화) 16:04

사례 1. 이번 수능은 대한민국 역대 물수능의 절정이다. 열심히 준비한 아이와 부모들은 분노의 절정이다.

"맹모삼억지교(孟母三億之敎)라고 맹자 엄마 보다 이사는 더 많이 다녔어. 맹자네가 주식을 팔았어? 오피스텔을 정리했어?" 이름 난 학원 설명회는 빠짐없이 쫓아 다녔고, 저명한 교육전문가들의 강의는 다 들었다. 이런 물수능인 줄 알았다면 그렇게 난리칠 일은 아니었던 것. 아이들을 위한 교육정책이라지만 정작 불이익을 경험하는 자에게는 제도적 폭력일 뿐이다. 정책이라며 교육 가지고 장난치는 인간들은 다 밉다.

사례 2. 입시의 밀림에서는 친구의 성공이 나의 기쁨인 듯 혼연일체(渾然一體)되기는 쉽지 않다. '함께 고통을 나눌 사람을 찾는 것은 쉽다. 진심으로 나의 성공을 기뻐해 줄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의 말이 진리다.

나를 앞선 친구를 보며 '나는 왜 안 되지?'하는 시기심, 선망 그리고 영원히 밀려 날 것 같은 두려움이 혼합된 착잡한 심정. 부모님은 죽어도 모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제의 절친을 오늘의 적으로 몰아가는 자신의 악한 모습에 놀란다.

우리의 교육환경은 완벽하지 않다. 게다가 우리들이 처한 현실은 단막극이 아니라 여러 막으로 구성된 복합물이다. 따라서 내 자녀는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약자로 전락한 자들이 붙드는 '르상티망(ressentiment). 독일 출신 철학자 니체가 소개한 철학적 용어다. 쉽게 말하면 피해자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부정적 감정이다. 내가 이루지 못한 성공을 옆 사람이 누리게 되는 경우 상상으로나마 복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맥락이라고나 할까.

르상티망의 진짜 문제는 땅을 산 사촌이 아니라 배 아픈 내 영혼을 해체한다. 그래서 르상티망은 밖으로 나와도 큰일이고 안으로 삭여도 큰일이다. 그리스도로의 보혈로 씻어버려야 할 것이 '르상티망'이다. 자녀학업 때문에 얽히고 설킨 현실 속에서 파괴되지 않도록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영혼이다.

부모는 부모 영혼을 지켜야 한다. 아이도 자신의 영혼을 지키는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외부세계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일들로 인해 나 자신 속에 '르상티망'이 축적될수록 나는 부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르상티망'을 떨쳐낼 수 있을까?

용서, 그래서 용서다! 용서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용서는 내 안의 찌꺼기를 씻어 내리는 영혼의 위생작업이다. 용서는 나를 지켜내기 위한 영혼소생술이다. 용서 없이 미래 없고 미래 없이 용서 없다. 그래서 새 학기 시작과 필요한 것은 학원선택 보다 용서일 때가 더 많다. 나를 덮고 있는 르상티망의 그늘은 용서라는 빛이 비출 때 사라진다.

담임선생님을 용서하라. 그 학원의 직원을 용서하라. 그 부동산 중개인이 늑장부려 학기 시작에 맞춰 이사하지 못한 것도 용서하라. 나랑 내 아이 왕따시킨 그 엄마 무리들을 용서하라. 교육, 그 정치적 제도가 내 아이에게만 억울하게 작용했던 것 용서하자. 육체적 쇠퇴와 질병까지 결부된 형이상학적 현실도 용서하자. 용서해야 나도 살고 아이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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