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이유가 엄마가 이주여성이라서라니

[ 기획 ] <연중기획 이웃> 3. 이주민의 교육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2월 20일(월) 19:31

경기도 여주에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응웬 씨. 그녀는 가벼운 정신지체가 있는 11살 연상의 남성과 결혼해 한국 거주 12년차 워킹맘이다. 이제 응웬 씨는 한국 국적도 생겼고, 아들 둘도 잘자라 초등학교 5학년,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34살의 젊은 나이로 일과 양육, 시부모 공양까지 억척스럽게 살고 있는 그녀의 최대 관심은 자녀교육이다. 현재 그녀는 아이들 고모들의 적극적인 재정지원 덕에 태권도, 미술학원 등 사교육과 학습지까지 시키며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아이들도 총명해서 반장을 할 정도로 학업을 잘 쫓아가지만 국어만은 유독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걱정이 많다. 오랜 한국 생활 덕분에 일상생활 속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본인의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해 아이들과 적절한 어휘로 대화를 하지 못하고,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답도 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신지체인 남편 또한 어휘 사용량이 많지 않아 아이들의 어휘 또한 또래 아이들에 비해 빈약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또한 비록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둘의 수입을 합해도 아이들을 키우는데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거주 10년이 넘어 또래 부모들의 교육열을 익히 잘 아는 응웬 씨는 부족한 재정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 걱정이 태산이다.

#'다문화 자녀^학습 부진아'는 오해

위의 사례에서처럼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양육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교회 다문화 선교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 여성가족부 산하 다문화가족지원포털 '다누리'에서 밝힌 '결혼 이민자 및 귀화자 자녀 현황(2015년 1월 1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총 20만7천693명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나라 순을 보면 베트남 57,856명, 중국 42,791명, 중국(한국계) 39,160명, 필리핀 20,584명, 일본 17,195명, 캄보디아 7,343명의 순이며, 연령별로는 만6세 이하가 117,877명, 만7~12세 56,108명, 만13~15세 18,827명, 만16~18세 14,881명이다.

이 통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학령기 자녀가 점차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통계상으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다문화학생은 8만2000여명이며, 전체 학생 대비 1.35%다. 이중 초등학생 중 다문화학생 비중은 2%를 넘어섰다.
다문화자녀들은 부모의 교육수준이 높지 않고, 가정 경제형편이 좋지 않으며, 한국 학교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아 일반적으로 학습이 부진하고, 학업중단율도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업중단율은 1.01%로, 전체학생의 학업중단율 0.83%보다 조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최근의 다문화 및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생활 부적응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다문화자녀 상당수는 중도입국자녀인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근들어 다문화자녀의 학업중단율이 높다는 연구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학교 현장의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학업을 따라가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중도 입국한 가정의 자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해

#다문화 자녀와 중도입국 자녀 구별해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도 국내성장자녀와 중도입국자녀를 구분하지 않은 다문화자녀 연구결과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에서 성장한 다문화가정 자녀는 한국 가정의 자녀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다문화자녀들의 학습 부진이 있더라도 이는 다문화가정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취약계층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고, 특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이들이 아직 정규 학제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변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육현장에서도 일선의 교사들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유아기 언어습득적 측면에서는 뒤쳐지는 감이 있지만 최근에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적어도 초등학교 단계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학습에서의 문제는 언어능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라는 것. 이에 따라 정부는 이러한 점을 파악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 향상을 위한 지원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일선의 지적이 많다. 우선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무엇보다 어머니들의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언어문제는 단순히 의사소통 장애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정부나 각 지방단체에서 나서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 대한 교육지원 사업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하며, 다문화 선교를 하는 교회 및 다문화 선교단체들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녀와 부모를 함께 가르칠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다문화자녀에 대한 문제에 접근할 때 한국에서 나고 자란 자녀들과 중도입국 자녀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중도입국 자녀들은 국제 재혼으로 인해 타국에서 유년기를 보내다가 갑작스럽게 부모를 따라 한국에 들어오게 된 아이들이기 때문에 한국사회 적응에 도움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들이다. 학교나 기관에서 이 아이들을 포용하지 않으면 사회적 불만을 가지게 되고 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간접자본이 막대하게 들어갈 수 있어 정착 단계에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중도입국자녀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한만큼 국내에는 이들을 돌볼 장소나 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에 다문화예비학교가 존재하지만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 소도시 아이들은 갈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도입국자녀들 중에는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집에서 TV를 보거나 핸드폰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가족의 지원정책이 대부분 영유아기와 초등학교에 집중돼 있어, 다문화가족지원법, 외국인처우기본법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이들은 소외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중도입국 자녀들은 한국어 미숙과 관련서류 미비로 정규학교에 편ㆍ입학이 어려움이 있으며, 설사 들어간다 해도 한국어 미숙으로 학업수행능력이 떨어져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를 들어 입학을 거부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15%이상이 입학 거부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령 학교에 입학했다고 해도 중도입국 자녀들은 한국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집에 방치돼 있어 심각한 교육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이들은 또 다른 범죄의 온상이 되는 경우도 많다.

#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일반 인식 변화도 시급해

외국인노동자들과 결혼이주자들의 증가로 한국인들의 의식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학교 내에서는 인종과 피부색의 차이에서 오는 외형에서의 이질감으로 소외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한 조사에서는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10명 중 2명 정도가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수치는 전국 초등학생이 집단따돌림을 경험하는 비율(13.4%)과 거의 유사해 보이지만, 왕따를 당하는 내용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성격적 이유로 왕따를 경험하는 데 반해 다문화 자녀들은 '엄마가 외국인이기 때문에'(34.1%), '특별한 이유 없이'(15.9%) 등의 순으로 대답이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도 다문화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이들이 한국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함께 교회도 다문화가정의 엄마와 자녀에 대한 국어교육, 중도입국 자녀들의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 일반 사람들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및 보다 적극적인 사역을 펼쳐야 할 때라고 진단된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