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블랙리스트'

[ 기고 ]

김재양 장로
2017년 02월 14일(화) 14:18

최순실이란 여인 한명 때문에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된지도 한참이다. 전북 익산 모 고등학교 역사시험문제에 정답 '박근혜'를 요구하는 지시문항(指示問項) 6개중 '최순실'이란 이름이 '이게 나라냐' '‘국정교과서' '탄핵' '세월호 7시간' '촛불'과 함께 등장할 정도다. 아무리 정치판이 개판이라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떠들어 댄다고 해서 법원의 판결도 나오지 않은 죄목들을 헌법위반이란 철퇴로 덜렁 탄핵해 버리는 이런 푼수 같은 인간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널브러져 있으니 이게 현실이다.

이런 지도자들이 나라를 운영하니 나라 꼬락서니가 기형아 꼴이 제격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경제규모는 세계적 랭킹에 선두주자 축에 들면서, 삶의 질은 하위를 맴돌고 있으니 이게 다 정치하는 인간들의 책임이라 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특검(特檢)에서는 블랙리스트를 운운하며 헌법 제22조 1항(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을 위반했다고 죄목을 하나 더 붙였다. '블랙리스트(blacklist)'를 만들었다고 하니 죄가 엄청 더 무거운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이 '블랙리스트'의 사전적인 뜻은 '요주의인물 명단(要注意人物 名單)'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이고, 이념과 사상적으로 북한정권을 옹호하는 종북파들이 득실거리는 특별한 나라다. 만약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라도 국가와 국민들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위정자들의 임무라는 당위성을 진리라고 인정한다면, 헌법 제 22조 1항을 빙자해서 북한정권에게 나라를 넘기려고 하는 야욕을 정당화하고, 위정자들이 직무유기를 하도록 유도, 방치, 억압하고, 이를 방조하는 사람들은 역적 매국노임에 틀림없다 해도 무방타 할 것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위정자들뿐 아니라 개신교계의 지도자들도 블랙리스트가 유죄라는 작금의 사태를 등한시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100여 명이 넘거나 대형교회를 막론하고 교회라면 교회마다 이단들이 뿌리고, 박아 놓은 자칭 성도들이 득실거린다고들 한다. 누가 이단들이 심어놓은 곰팡인지, 누가 참 교인인지 교회 지도자인 목사와 장로들은 세심하게 살피는 게 하나님이 맡겨주신 치리의 임무 중에 하나다. 상가나 혼사에서 주례하고, 교인들의 가정이나 병실을 심방하고, 구역과 기관들을 조직, 운영하는 이 모든 것들을 도구화해서 당사자들은 잘 느끼지 못하도록 교인들의 신앙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조그마한 문제점이라도 발견하면 리스트를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

가령 먼 외지에서 교회를 옮겨온 자칭 항존직분자나, 교리에 너무 밝은 평신도나, 각 부서에서 걸맞은 활동을 하는 교인들 등등을, 교인 수가 늘어나는 것에 도취되어 가볍게 넘긴다면 당하기 일쑤다. 잠잠하든 교회가 소용돌이를 치거나, 교인들이 이유 없이 감소하는 경우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들이 목회의 기본이거늘, 장로는 목사의 이런 목회를 돕는 것이 사명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목회에 성공한 교계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바르게 실천에 옮긴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당회를 구성한 목사와 장로가 한 목소리를 내고,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에 만사 솔선수범하고, 교인들 하나하나를 엄마가 자식을 돌보듯 하고, 교인들을 위해서 손해를 밥 먹듯 하는 지도자라고 어느 교인들이나 다 입을 모은다.

목회에 실패한 교회는 하나 없이 모래알처럼 따로 놀아난다. 목사는 목사대로 존경과 대접 받기에만 온 신경을 다하고, 장로는 장로대로 목소리 키우기에 열중하고, 교인들은 교인들 대로 목사의 설교 평하기를 식은 밥 먹듯 하고, 장로들 평하기를 개 죽 먹듯 한다. 전부 뿌린 대로 거둔 결과이겠지만 변명의 여지는 항상 있게 마련이다.

적어도 지도자라면 교인들에 관한 각종 자료들은 꿰뚫어야 한다. 그것을 리스트화 하든지, 머리에 정리만 하든지, 직접 지적해 주든지, 더 나아가서 피드백(feedback)할 준비도 갖추어야 한다. 그 자료가 어떤 경우에는 블랙리스트가 되더라도 지도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 중에 가장 우선해야 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재양 장로  대구상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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