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혜창/닭이 울기전에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7년 01월 24일(화) 16:26

2017년 세상에서 정유년(丁酉年)이라 불리는 새 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입니다. 지난 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비롯된 혼란이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며 지난 해의 일들을 반면교사 삼고 희망찬 닭 울음소리로 새 해를 열어 봅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할 때 개인적인 습관이 있습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5년이나 10년 전, 혹은 100년 전엔 무슨 일이 있었나 돌아 보는 것이죠. 문득 10여 년 전 자료를 열어보다 재미있는 사건을 보았습니다.

2006년은 그 어느 때 보다 '짝퉁'이 맹위를 떨친 한 해였습니다. 기존 명품을 흉내낸 '짝퉁명품'뿐 아니라 본래 존재하지도 않는 명품 시계 브랜드, 100년간 유럽 왕실에만 한정 판매됐다는 '빈센트 앤 코'시계가 버젓이 백화점이나 홈쇼핑에서 고가에 유통된 웃지 못 할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유명 연예인과 부유층을 상대로 호화마케팅을 펼치며 최고 수 천 만 원에 판매된 이 '명품시계'는 방수도 제대로 안되는 원가 1만원의 싸구려 불량시계로 밝혀지며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명품 중독병을 만천하에 드러냈습니다.

본래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장인정신이 깃든 예술작품'을 뜻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외제, 고가사치품을 명품으로 치부합니다. 서울대 김난도교수는 자신의 책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에서 "우리나라에는 부유층은 있으나 상류층은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외국의 상류층은 굉장히 문화적인 것, 예술ㆍ예법ㆍ매너 등으로 자기를 표시하는데 왜 우리나라 부유층들은 꼭 소위 명품이라는 고가품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고 할까?'라는 의문에서 저술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외세의 침략으로 역사가 단절적이어서, 안빈낙도와 청빈 등 양반의 정신문화는 단절되고 서양 상류층들의 물질문화만 배워온 결과, 진정한 의미의 상류층보다는 그냥 재산이 많은 부유층만 많은 기형적인 형태를 갖게된 것이라 진단했습니다.

터키석으로 유명한 관광도시에 한 터키석 판매상이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어들자 점원에게 터키석을 반값에 팔아 모두 처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점원은 주인이 값을 올려 팔라는 말로 잘못 알아듣고 가격을 두배로 올렸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올리자마자 터키석이 불티나게 팔려 주인은 두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를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 합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은 가격이 낮아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일반적 현상과는 반대로 특정제품은 가격이 높아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자기 과시를 위해 명품만 고집하기보다 자기에게 맞는 효율적이고 개성 있는 물건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명품 아닐까요? 짝퉁 대통령에 짝퉁 기독교…. 과거에 노예의 삶을 살았던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사 43:18~19).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새해엔 한국교회가 무늬만 그리스도인인 짝퉁을 더 이상 양산하지 말고 진정한 명품 그리스도인들을 양성해 내는 소망을 품어 봅니다. 닭이 세 번 울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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