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매듭

[ 논단 ]

박봉수 목사
2017년 01월 03일(화) 15:30

박봉수 목사
상도중앙교회

이탈리아의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시간의 발견이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가장 독특한 문화적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인간만이 시간의 흐름인 세월을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인간은 세월의 의미를 파악해 역사를 만들고 이끌어 왔다. 에코는 이것을 인간다움의 가장 독특한 특징으로 본 것이다.

이제 우리는 2016년의 끝자락에 서있다.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움터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필자도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우리에게 2016년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리가 세월의 의미를 찾고자 할 때 전통공예 가운데 하나인 '매듭'을 비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매듭공예는 색색의 끈을 이용해 여러 가지 문양을 만들어 낸다. 여러 색의 끈을 매듭으로 묶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때 묶는 모양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매듭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이름이 붙여진다. 도래매듭, 생쪽매듭, 매화매듭, 나비매듭… 같은 끈들도 어떻게 매듭을 묶느냐에 따라 다양한 매듭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세월 속에서 다양한 사건들로 이뤄진다. 그리고 각 사건들은 마치 다양한 색깔의 끈들처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 다양한 사건 속에 담긴 다양한 사연들을 어떻게 엮어내느냐에 따라 세월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즉 매듭공예가 다양한 색깔의 끈들을 하나의 매듭으로 묶어내는 것처럼 다양한 사건 속에 담긴 다양한 사연들을 하나의 매듭으로 묶어낼 때 그 안에서 나름대로 세월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세월의 의미를 잘 찾으려면 어떻게 세월의 매듭을 묶을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러면 우리는 2016년을 어떤 매듭으로 묶어낼 것인가? 먼저 감사의 매듭을 묶을 수 있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2016년 역시 주님은 우리와 함께 해 주셨다. 돌이켜 보면 이 한해에 하나님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많은 사연들을 남겼지만 그 속에는 어김없이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있었다. 그것들을 되짚어보며 우리는 감사라는 매듭으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회개의 매듭을 묶을 수 있을 것이다. 2016년에도 우리는 하나님 앞에 또 많은 죄를 저질렀다. 해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육신이 연약하여 돌아서지 못하고 저지른 일들도 있다. 또한 얼떨결에 그것이 죄인 줄도 모른 채 저지른 일들도 있다. 그리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하나님을 실망시켜드린 일이 얼마인가? 이것들을 꼼꼼하게 손꼽으며 회개라는 매듭으로 묶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열매의 매듭을 묶을 수 있을 것이다. 2016년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이루신 소중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미력하지만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된 일들이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역사가 소중한 열매로 나타난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귀한 생명들이 주께로 돌아오고, 어린 믿음들이 양육을 통해 성숙해지고, 소중한 일꾼들이 사명자로 세워지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하나님의 역사의 결과들을 열매라는 매듭으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외에도 저마다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매듭을 묶을 수 있을 것이다. 뜻 깊은 인생의 주기를 따라 2016년을 소중하게 보낸 경우 그 사연들을 걸맞은 매듭으로 묶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을 겪어낸 경우 또한 그 사연들을 걸맞은 매듭으로 묶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잊을 수 없는 사연들을 추억이라는 매듭으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2016년과 이별해야 할 시간이다. 2016년이라는 세월의 매듭을 묶어내야 하겠다. 이 갖가지 매듭들이 하나 둘 역사가 되어 우리의 인생을 이루어 갈 것이다. 그리고 그 매듭들이 장차 하나님 앞에서 소중하게 기억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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