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당은 건물 아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성령공동체'

[ 땅끝에서온편지 ] <6> 진정한 헌당식

장황영 목사
2017년 01월 03일(화) 13:50

오스트리아 선교사로 파송 받을 때 총회 선교부 총무님께서 거듭 당부를 하셨다. 비엔나 한인교회가 예배당을 구입하고도 아직 헌당식을 하지 못했으니 어떻게든 빨리 교회를 안정시키고 헌당식을 거행하라는 당부였다. 그런데 헌당식을 하려면 최소한 예배당을 깨끗하게 단장하고 해야지 그냥 할 수가 도저히 없는 상태였다. 건물은 낡아서 시커멓고, 손보아야 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부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갈등을 겪었던 성도들에게 예배당 수리를 위해 헌금하자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수리에 앞서 대대적인 예배당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버릴 것들이 왜 그렇게 많은 지 치우고 치워도 계속 버릴 것들이 나왔다. 그렇게 청소를 하자 어느 정도는 깨끗해진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낡은 건물 자체는 청소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무엇보다 강대상 바닥은 다른 곳보다 더 초라했다. 성도들은 상식적으로 강대상 위는 더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강대상 위가 더 초라했다. 한 편으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하는 마음이 불쑥 일어났지만, 다른 한 편 "얼마나 상처들을 받았으면 이렇게 할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고심 끝에 아내와 상의하여 세탁기 한대를 구입한 비용만 빼고는 정착비로 가져온 전액을 성전수리비로 드리면서 성도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무기명으로 헌금했다.

그런데 성전수리가 자연스럽게 본격적으로 논의되게 된 것은 전혀 엉뚱한 일로 시작되었다. 본당의 그랜드 피아노가 조율을 해도 자꾸 문제가 생겼다. 조율사가 하는 말이 예배당의 창문들이 너무 낡아 바깥 공기가 들어오기에 너무 습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전체 창문을 신형으로 교체해야 피아노가 망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일을 논의하다가 자연스럽게 창문만 수리할 것이 아니라 본당 전체를 수리하자고 의견이 모아졌고, 필요한 수리비를 위해 특별헌금을 하기로 제직회에서 결정을 했다.

마침 그 주간 기독공보에 장신대 건축을 위해 헌금한 사람들의 명단이 실려 있었다. 나는 선교신학 조교로 섬겼을 때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학교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적은 금액이지만 나에겐 적지 않은 금액을 무명으로 건축헌금으로 드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기독공보에 기재된 헌금자 명단을 훑어보며 혹시나 하고 보았더니 웬걸 나의 이름이 그곳에 있지 않은가. 객관적으로 보면 정말 적은 액수였는데 많이 낸 사람과 차별하지 않고 똑 같이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 아무도 모르게 드린 것인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기억하시고 똑 같이 취급해 주시는 구나."그런 생각이 들자 너무나 감사했다.

나는 그 주에 성전수리를 위해 특별헌금을 하기고 결정했다는 광고를 하면서 내가 체험한 이 이야기를 성도들에게 들려주었다. 우리가 힘껏 행하는 모든 일을 하나님께서 다 기억하시고 하나님의 때에 이렇게 분에 넘치게 높여주신다는 말도 했다. 어쨌든 단 한 번 광고로 적지 않은 성전수리비가 다 모아졌고, 지붕부터 바닥까지 완전히 수리할 수 있었다. 수리하는 과정에 비용절감을 위해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온 교인들이 다 동원되어 갈고 닦으면서 마음과 힘을 모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온 교회가 하나 되는 은혜를 체험했다. 드디어 깨끗하게 단장을 다 한 후, 은혜로운 헌당식을 거행할 수 있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되기 위해 하드웨어가 다 갖추어진 것이다. 이제 참 성전인 성도들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로 세워져 헌당해야 할 차례다. 헌당식이 있은 다음 주 나는 요 2장 13절~22절을 가지고 "이 성전을 헐라"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진정한 헌당은 건물이 아니라 성전인 우리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공동체, 선교공동체, 성령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설교였다. 그리고 그것이 건강한 선교공동체를 향한 본격적인 첫 걸음이었다.

 

이수민 회장   청년회전국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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