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미신

[ 김인주 목사의 이주의인물 ] <완>츠빙글리

김인주 목사
2016년 12월 28일(수) 14:22
▲ 츠빙글리

지난 겨울에 처음으로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현장에서 경험하였다. 수없이 많은 자료와 영상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했던 풍광이었기에 낯익은 곳이 많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흥은 매우 다른 차원의 감동을 주었다. 말하자면 임장감(presence)이 나를 압도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성경의 사건들이 전개된 시대와의 차이는 2000년 혹은 3000년이 지나갔다. 레씽의 표현대로 그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큰 또랑'이 놓여 있다. 이보다도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문화의 차이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가 된다.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이 혹은 문화와 역사를 탐방하는 이들이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확인하기 원하는 바로 그것을 진품 그대로 접하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 시대에 다른 사람이 쓰던 것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 순례자들의 요구에 의해서 다시 만들어진 여행상품으로서의 유적들도 많다. 말하자면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셈이다.
 
중세교회의 두드러진 특징이 성물숭배이다. 십자가의 조각을 다 모으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많았다. 예수님이 입었던 옷, 먹고 자라났다고 주장하는 마리아의 젖도 공경의 대상이 되었다. 히스기야가 철거했던 모세의 구리뱀처럼 사람들은 현혹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칼빈은 이를 두고서 인간의 심성을 '우상공장'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개혁자들은 대부분 인문주의 훈련을 받았기에 신앙이 혹여 잘못된 미신에 경도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거룩한 공간이나 시간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이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거룩한 곳이다. 1484년 1월 1일에 태어난 츠빙글리가 이러한 주장을 폈다. 이 겨울도 후일에는 한국사의 큰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인주 목사/봉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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