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계절

[ 논설위원 칼럼 ]

최인호 목사
2016년 12월 21일(수) 10:12

사무엘 베케트가 쓴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보면,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 공 두 사람이 '고도'(Godot)라는 존재를 기다리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모두 여기가 정확히 어디인지, 지금이 몇 일인지도 모른다.

대체 무엇 때문에 고도를 기다리는지, 고도가 누군지조차 그들은 모른다. 다만 그가 오면 그들은 구원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있다. 절망과 불안과 기대를 참아가며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그들은 엉터리 같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시시한 장난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들은 다시 고도를 기다리며 어두운 분위기에 사로잡힌다. 여기에 나오는 '고도'는 현대인이 막연히 기다리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세상에는 무엇을, 왜 기다리는지 모른 채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그런 막연한 기다림이 있다.

우리는 지금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을 앞두고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강절(待降節)을 지냈다. 교회마다 성탄절 장식을 하고 교회학교에서는 성탄절 축하순서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기도 한다.

교회 나름대로 특별한 행사들을 준비해서 성탄절을 뜻깊게 보내려고 애를 쓴다. 이렇게 분주한 속에서 우리는 정말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대강절을 보내면서 내가 정말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막연히 기다리기는 하지만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고 있지는 않는가?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대강절을 맞아 기다려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한국교회에 드리워진 쇠락의 그림자를 서서히 느끼면서 이 대강절에 우리가 정말 기다려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우리가 정말 기다려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이다.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고 하셨다. 우리가 정말 기다리고 구할 것은 더 이상 사람의 생각이나 이데올로기나 욕심으로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인간의 냄새로 범벅이 된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다스리시고 통치하는 나라가 임하는 것이다.

바울은 하나님 나라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하였다. 의와 평강과 희락! (롬 14:17)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곳에는 모든 불의와 불법과 부정이 사라지고, 오직 정의가 물 같이, 공의가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된다(암 5:24).

이 땅에 정의가 무너지고 공의가 사라지는 것은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하였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함으로 이 땅에 무너진 공의가 다시 회복되고 살아나기를 기다려본다.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곳에는 늘 평강이 있다. 더 이상 갈등과 분쟁, 싸움과 다툼이 그치고,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하는 평화가 찾아온다. 힘에 의한 평화(pax)가 아니라 섬김과 나눔으로 인한 평강(shalom)이다. 이 세상에 평강이 없는 이유는 사람들의 욕심과 욕망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함으로 이 세상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참된 평강이 이 땅에 임하기를 기다려본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곳에는 희락이 있다. 지금 우리는 기쁨과 희락을 잃어버린 세대를 살고 있다. 어디에서도 기쁨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재미는 있어도 희락이 없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때 잃어버린 희락은 회복될 것이다.

이번 대강절을 맞는 우리 민족과 교회 가운데 의의 왕이 되시며, 평강의 왕이 되시는, 그리고 참된 기쁨의 주관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기다려본다.

 

최인호 목사
예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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