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긍휼

[ 기자수첩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6년 12월 15일(목) 15:55

'대통령을 언제 어떻게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느냐', '대통령의 힘을 빌어 사익을 취한 자들은 누구이며 그 불의는 어디까지인가'에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죄를 밝히고 죄값을 치르게 하는 일'이 쉽지 않다보니, 국민들의 시위도 연일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단 최대의 평신도 기관인 여전도회전국연합회(회장:박인자)가 오는 20일 영락교회(이철신 목사 시무)에서 '나라를 위한 특별 기도회'를 갖기로하고, 전국 69개 지연합회에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여전도회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시국사안들에 대한 입장 표명도 극도로 자제해 온 기관이다 보니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쩌면 지난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갖고, 사회와 교계 일부 언론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시 총회처럼 '예언자적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우리가 먼저 회개하자' '대통령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할 용기를 달라'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하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자'고 요청한다면 말이다.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작은 돌 하나라도 더 찾아내 힘껏 던지는 '대통령 죽이기 기도회'다.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조차 이 사안에 대해서만은 '우리도 죄인이다' '회개할 기회를 주자'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자'는 입장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건 입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자 역시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죄값을 치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동시에 성경의 가르침도 준수되면 좋겠다. 간음한 여인을 끌고 온 사람들 역시 당시 절대로 저질러서는 안 될 죄를 범한 여성으로 인해 분노해 있었다. 기자는 그때 예수님의 말씀을 '분노를 가라앉히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라'는 의미로 여긴다. 자신을 돌아보고 입장을 바꿔보는 것은 가장 빠르게 냉정과 합리성을 되찾는 방법이다. 사회는 죄인을 향한 분노를 증폭시키지만, 교회는 자신의 죄를 다루는 것처럼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긍휼해야 한다.

총회, 신학교, 목회자들을 거쳐 평신도로 이어지는 교단의 시국기도회가 분노를 넘어선, 보다 성경적이고 성숙한 모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