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우리 아버지, 걱정 안할랍니다"

[ 기획 ] <성탄에 만난 이웃> 대구 서문시장 화재 피해 입은 김홍 장로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12월 15일(목) 11:25
▲ 화재 당시를 설명하고 있는 김홍 장로.

【대구=표현모 기자】"지난 11월30일 집에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는거예요. 저희 가게가 있는 서문시장 4지구에 불이 났다는거예요. TV를 켜보니 불이 너무 크게 나고 있더라구. 점포를 구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당장 달려가지도 않았어요."
 
대구 서문시장에서 40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김홍 장로(칠성교회 원로ㆍ73세)는 며칠 전 화재가 나던 날을 회상하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난 11월 30일 새벽 2시경 화재가 발생한 서문시장 4지구는 의류, 침구 등 가연성 제품이 많아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되어 점포 679곳을 태운 뒤 59시간 만에야 완전히 꺼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재산 피해액은 최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9일 서문시장에서 만난 김홍 장로는 기자를 만나자 마자 오히려 활짝 웃어보였다.
 
"이미 불나서 다 타버린 거 어쩝니까? 그래도 우리에겐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잖아요."
 
김 장로는 이번 화재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지난 1975년에도 33세의 젊은 나이로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가게가 전소된 바 있다고 한다. 그때는 보상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지만 젊었기에 극복을 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서문시장에는 10년마다 큰 불이 난다고 해서 '10년 주기설'이란 게 있다"며 "사실 매년 11월만 되면 저뿐 아니라 시장의 모든 상인들의 화재 걱정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방석, 앞치마, 실내화, 카페트 등의 수예 사업을 하고 있는 김 장로는 가게에 있던 1억3천만원 어치 정도의 물건들이 전소됐다고 한다. 보험이 있긴 하지만 보상한도가 3천만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김 장로는 "재해특구로 지정되면 보상이 그래도 제대로 되는데 그게 안되면 보상은 턱 없이 부족해진다"며 "그저 위로금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사업등록증 없이 장사하던 사람들은 아예 보상을 못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4지구의 1~3층에서 불이 났지만 이 여파로 다른 지구의 손님들도 덩달아 줄어든다"며 "한국교회가 나뿐 아니라 서문시장 피해 상인 전체를 위해 기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홍 장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강영호 장로.

이날 기자와 함께 김홍 장로를 찾은 본보 대구동서남 지사장 강영호 장로도 위로의 말을 전했다. 강 장로 또한 서문시장에서 22년간 사업을 하다가 2011년 화재로 재산을 날렸던 경험이 있어 이번 화재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강 장로는 "2011년 불이 나서 제가 피해를 입었을 때는 김 장로님이 와서 위로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 반대가 되었다"며 "날씨가 추워서 둘이서 벌벌 떨면서 이야기를 나눴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불난 사람 심정 제가 잘 안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김홍 장로와 강영호 장로는 둘 다 서문시장 크리스찬연합회의 회장을 역임하면서 상인들을 규합해 건물 옥상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시장 내 복음전파를 위해서도 함께 노력하던 사이였다. 서문시장의 정기휴일은 원래 매월 1일과 15일이었는데 크리스찬연합회가 주도해 둘째, 넷째주에 쉬는 것으로 바꿀 정도로 큰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었다.
 

현재 서문시장 피해상인들을 위해 사회 각계 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본부 앞에는 영호남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광주성시화운동본부(대표회장:채영남)와 광주전남발전정책포럼에서 보낸 김장김치(2kg) 700통과 김치(100장) 700톳이 쌓여 있었다. 고난 당한 영남들과 마음을 함께 하기 위한 호남 사람들의 온정이다. 모임의 대표회장인 증경총회장 채영남 목사도 이날 직접 현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의 힘든 마음을 위로했다.
 
끝으로 김 장로는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 아니냐. 이 정도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다"며 "서문시장의 화재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이 이 난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기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성금을 기부하려는 시민은 계좌 이체나 ARS(060-701-1004, 한 통화 당 2000원), 전국재해구호협회 홈페이지(relief.or.kr) 등으로 후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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