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약품들

[ 연재 ] 내과의 최영아의 건강이야기(완)

최영아 내과의
2016년 12월 14일(수) 09:53

요즘 연일 방송과 뉴스, SNS를 통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노라면 필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극히 피곤한 상태이다. 토요일 마다 촛불집회까지 참여하는 국민들은 더욱 피곤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이라는 생각에 집회로 매주 발길을 옮기는 것이리라.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로 인한 국민의 세금 손해액이 현재까지는 35조 정도에 육박한다고 한다.

나라돈이 모자라서 무상교육, 무료진료, 복지 등이 잘 안된다고 사방에서 아우성이었는데 실제로는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국민 세금을 눈을 부릅뜨고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모두를 위해 낸 세금이 사기꾼에 의해서 날치기 당한 기분이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 사들인 약품목록들이 방송과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로서 많은 실망과 좌절감 수치스러운 자괴감을 감추기 어렵다.

이미 너무 엄청난 국가재정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 아무렇게나 쓰여진 것을 보면서 지속되고 반복된 부정, 부패, 권력남용, 공금 횡령의 관행 등을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뿌리 뽑고 새롭게 할 수 있을지 막막한 심정이다.

대한민국의 의사로서 청와대라는 공공기관에서 사들인 약품목록을 좀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청와대 내의 진료소(?)도 엄연히 나랏돈으로 운영되는 공공 의료기관일텐데 이곳을 이용한 환자구성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양의 태반주사, 감초주사, 마늘주사, 비아그라, 팔팔정, 아미노산 수액제제, 성형시술을 위한 마취크림제, 프로포폴이나 수면 내시경때 사용하는 프로포폴 유사 수면유도제 같은 향정신성 약품들이 있었다.

이것들은 미용과 피부노화 방지 등을 위해 사용하는 약들과 시술을 위한 약들이며, 팔팔정과 비아그라는 주로 발기부전치료제이다. 다른 용도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연세 많은 남성들이 간혹 팔팔정과 비아그라를 전립선 비대가 있는 경우 배뇨 혹은 탈모에 도움이 된다고 사용하는 경우는 간헐적으로 있으나 일반적이진 않다.

자본주의가 극에 달하고 의료가 자본주의와 연합하면 할수록 돈이 되고 경제적 이득이 많이 남는 치료들이 생명연장과 질병 조절 등의 반드시 필요한 치료약품들보다 득세하기 쉽다.

국민혈세로 청와대 약품들을 구입했을텐데 그 약품의 주된 내용이 이미 예쁘고 건강한데 더 예뻐지고, 이미 건강한데 더 건강하기 위해 쓰여지는 의약품들을 과량 구입한 것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기본적인 의식주와 기본적인 질병들을 평생 다루는 데 들어가는 의료비가 무서워서 병원 출입이 어렵고 병을 키우기까지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공공병원과 공공기관은 좀 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요즘 정치인들의 삶과 말의 이중성은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사기당했다는 느낌을 준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엮여 있지 않은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회 전반의 공공성을 가져야 할 영역의 재정과 정책을 오랜 세월 자신의 사욕을 위해 마음대로 이용해 왔던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정말 오랫동안 전반적으로 구석 구석 썩어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제라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으로 전환되길 기대한다. 이 모든 일들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한국은 어찌되었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필자는 의료인으로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지금 있는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책임을 다할 것인지 더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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