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는 용기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6년 11월 22일(화) 14:14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국정농단 사태가 이제 대통령이 이미 구속 수사중인 피의자들과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이는 헌정사상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첫 사례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정권 초기부터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비롯해 이런저런 일들로 논란이 되어왔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정운영에서 치적으로 내세웠던 건까지도 의심을 받고 있으며, 급기야는 국제외교의 성과로 과시해 왔던 경제적 효과까지 과대포장된 비성과물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박근혜 정부의 출범이 있기까지 수많은 지지층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무너져 버렸지만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하는 30%의 지지층을 기반으로 든든히 지지층을 유지해 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는 기독교계의 지지도 한몫을 감당해 왔다.

한국교회의 기득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60, 70대의 40%이상이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본보가 총대들을 대상으로 인식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대들의 40.3%가 스스로 보수라고 응답했으며, 중도라고 응답한 총대도 30.3%에 달했다. 이러한 보수적 성향의 인사들이 보수적 성향을 가진 정권인 박근혜정부의 지지기반으로 자리잡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밝혀지면서 기독교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이미 박근혜 정부의 지지층이 5%대로 하락하면서 기독교계의 보수층 또한 현 정권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한국교회의 주요교단들이 앞다투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거나 시국기도회를 열고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심지어는 보수교단을 대표하는 예장 합동 총회에서도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가운데 여전히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기독교계 인사들이 있음을 보게된다. 보수든 진보든 중도든 어떠한 성향을 갖는 것은 개인적인 자유이다. 그러나 공인의 위치에 있는 경우에는 다르다. 더군다나 강단에 서서 정의롭지 못한 발언으로 교인들을 현혹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는 용기는 칭찬을 받아야 하지만, 맹목적인 추종행위는 칭찬이 아닌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단에 서서 공인으로써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쉽게 용납할 수 없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권력 지향주의에 빠져 있었다. 물론 한국교회 전체가 아닌 권력을 등에 엎고자 했던 일부 지도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 중에는 "교회를 지키기 위해"라는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이러한 행위에 대해 사람들을 묵인하고 넘어가지 않았다. 자기합리화이었을 뿐이다. '교회를 위해'라는 변명은 부메랑이 되어서 한국교회에 화살로 돌아왔다. 청년 젊은층이 떠난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분명히 잘 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이 것이 성전을 더럽혔던 사람들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던 예수님의 모습이다. 잘 못된 길에서 돌아설 줄 아는 것도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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