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의 부흥은 기다림의 배려에서

[ 목양칼럼 ]

김휘현 목사
2016년 11월 22일(화) 14:10

중국의 저명한 문학평론가인 셰시장은 '량치차오 평전'에서 중국의 신해혁명 후의 시대적인 요구를 '건설을 위한 파괴'라는 말로서 표현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반세기가 지나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에 의해 '창조적 파괴'로 소개되면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동일교회의 부부성장부를 이야기함에 있어서도 '건설을 위한 파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청빙을 받고 부임을 앞둔 시점에서 한 제직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다. 내용인즉 교회 내에 있는 한 자치 단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체하여 남녀선교회로 환원시켜야 한다는 호소였다. 부임해서 실사해보니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유별난 유대감으로 인해 신입 회원이 정착하지 못하는 '닫힌 모임'이 된 것과 남녀선교회와의 단절이었다.

이 모임이 '열린 모임'이 된다면 보다 많은 부부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고, 또 신앙적인 부부 성장 교육의 장을 만들어 준다면 젊은 부부들이 건강하게 세워질 수 있다고 전망하게 되었다. 그래서 설득 작업에 들어갔고, 몇 차례의 만남과 조정 끝에 건설을 위한 파괴에 들어갔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 '동일교회 부부성장부'이다.

기존의 부정적인 인상을 불식하고자 모임의 명칭도 '부부성장부'로 바꾸고 교육부에 편입시켰다. 모임의 형태도 선교사역형 모임에서 '부부성장'(marriage enrichment)을 위한 교육형 모임으로 변경하고, 주일에 출석하는 성도들의 참여가 용이하도록 모이는 시간도 주일 오후로 바꾸었다. 그리고 젊은 부부들이 나름대로 집합을 이루기까지 교회 내 봉사에서 열외 해 주었다. 

시행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새로운 부부들의 참여수가 점점 늘어나는 부흥의 은혜를 입게 되었다. 이듬해에 두 부서로 나눠진 이래 해마다 분립을 거듭해 내년에는 여덟 부서로 개편을 바라보게 되었다. 부부성장부의 부흥은 부부들의 성장에만 머물지 않고 교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부부성장부가 든든히 세워지자 결혼 후에도 청년부에 남아 있던 젊은 부부들이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신입 교우들의 정착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더욱 감사한 것은 젊은 부부들이 늘어나자 자연스레 교회학교의 부흥으로 이어졌다. 영아들과 유아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 같은 결과는 목사의 목회 방침을 믿고 따라준 당회와 교우들과 목회자들의 자원한 헌신에 기인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하나님의 은혜가 우선한다.

다음세대의 부흥을 바라지 않는 교회는 없다. 다음세대를 세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만 결과가 녹록하지 않아 포기하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다음세대를 위한 지원과 노력 없이 다음세대는 세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세대를 위한 지원은 물질적인 지원의 차원을 넘어 시간적인 배려와 격려로 승화되어야 한다.

'제트기도 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일꾼의 부족 탓에 젊은이들이 1인3역을 감당하느라 탈진하기 일쑤이다. 심리학자 에릭 번은 "모든 사람은 쓰다듬을 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젊은이들에 많은 짐을 지우기보다 그들로 하여금 신앙적 집합을 이룰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배려와 격려의 쓰다듬음이 필요하다. 자라나면 봉사의 자리에 선다. 자라기까지 기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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