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에 관해서

[ 연재 ] 내과의 최영아의 건강이야기

최영아
2016년 11월 15일(화) 15:05

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대한 이야기로 논란이 많다. 늘 사망진단서를 쓰는 내과의사로서 이 사건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故 백남기 농민의 서울대 응급실에서의 의무기록과 3년차 신경외과 주치의가 쓴 의무기록 및 CT소견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돌아다니는 자료를 보았다.

이미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경찰이 물대포를 백남기 농민의 머리에 직통으로 쏘았던 것을 보았고, 저렇게 맞아서 쓰러지면 당연히 머리뼈가 다 깨졌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날 서울대 병원 응급실 CT 소견상 두개골의 여러 부분의 뼈가 거의 다 부서져 있었다고 언급됐다.

그리고 외상성 경막하출혈과 지주막하 출혈 등 머리는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엉망이었고, 의식이 없으며, 동공이 확장된 상태로 이미 죽은 거나 다름 없다는 소견이 서울대 병원 응급실에서 기록되었다.

그런데 가장 의문이 든 점은 왜 이런 상태에서 신경외과 교수는 수술을 하자고 했을까이다. 아마도 물대포를 맞고 당장 사망하면 정치적으로 더욱 복잡해질 것 같아 억지로라도 시간을 끌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환자를 수술하면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억지로 약물과 기계로 생명을 연장하느라 엄청난 기계들과 엄청난 약물이 투여되었을 것이다. 어떤 질병과 사고로 인해서든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서 지내다보면 우리 몸은 폐렴, 신부전이 발생하고, 그 과정을 길게 유지하느라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리고 사망하기 직전에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환자를 붙들고 왜 투석까지 권하며 모든 종류의 치료를 다 하려고 했고 그것을 하지 않아서 죽었기에 병사라는 궤변을 늘어놓았을까 굉장히 궁금했다. 필자가 볼 때는 故 백남기 씨의 사인은 명백하게 물대포로 인해 생긴 외상성 뇌출혈로 인한 외인사이다.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의사가 수술을 권유하면 어쩔 수 없이 생명연장을 위해 수술과 기관 삽관 중환자실 치료 등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약 필자가 백남기 씨의 가족이었다면 절대로 수술 자체를 못하게 했을 것이다. 이미 돌아가신거나 다름없는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의료비용 낭비이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좋지 않은 일을 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보라매병원 레지던트가 가족들이 연명치료를 안 하겠다고 해서 환자의 호흡 기계를 떼어주고, 살인방조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일이 있은 후로는 의사들은 더욱 더 연명치료를 끝까지 무조건 하는 경향성을 갖게 되었다.

백남기 농민처럼 연명치료에 대한 사전의료의향서를 쓰지 않았거나 사전의료 의향에 대한 대리인을 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 본인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 난감해진다. 연명치료를 할지 말지를 가족이 대신 결정하는 것도 법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누구나 아름다운 이별로서의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법적인 장치가 함께 잘 준비되면 좋겠다. 그러려면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자신의 죽음과 가족들의 죽음에 대해 늘 잘 준비하고 생각해야 한다.

죽음이라는 마지막 과정에 엄청난 의료비용을 발생시키면서 온 가족이 가산을 탕진하게 되고 가족들과의 마지막 시간을 제대로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의료인들은 무조건 끝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의료기계와 약물로 환자를 의식도 없이 심장만 뛰게 해주는 시간을 길게 하는 것은 결코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것이 의료인이 할 일인 것이다.


최영아/도티기념병원 내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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