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넘어 '상식'과 '민주주의 정신' 회복

[ 교계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범기독교적 저항이 의미하는 것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11월 15일(화) 10:38
   

지난 12일 서울시청 광장 및 광화문 일대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 100만여 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번 집회에서는 지역과 신분,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종로 일대에는 노인들도 다수 참여해 현재 직면한 문제가 단순히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민주주의 정신의 훼손'이라는 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 교계 내 보수 그룹에서도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

이러한 국민적인 저항의 흐름에서 전통적으로 친정부적 성향을 나타내던 교계 또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교계 내에서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는 진보로 분류되는 NCCK나 기장 교단에 국한되지 않고, 전통적으로 정권 지지층이었던 보수 그룹에서도 나오고 있어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의 파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에서 특히 친정부적 성향의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최근 정부에 대한 맹목적 지지로 인해 비판을 받아온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마저도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하는 시국선언을 이례적으로 발표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전통적인 친정부 성향 단체들의 이례적인 비판과 함께 장로회신학대ㆍ감리교신학대ㆍ서울신학대ㆍ성공회대ㆍ연세대ㆍ총신대ㆍ한신대 등 7개 학교의 신학생들이 시국선언, 예장 통합 산하 7개 신학대학교 교수 155명의 성명서 발표, 예장 통합 및 기장의 시국기도회 등 교계에서도 정치적 성향이나 신분과 노소의 구별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교연, 한기총 등과 함께 교계의 가장 보수적인 그룹 중 하나인 예장 합동 총회마저도 이례적으로 시국논평을 발표, 비록 다른 그룹의 내용보다는 한참 수위가 낮지만 "사안의 심각성은 대통령에 있다", "국민들은 문제의 책임을 대통령으로부터 찾고 있다" 등의 표현을 하며 문제를 제기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 사교ㆍ사이비, 기독교인 정서를 건드리다

정치계에서 전통적인 친정부 집단으로 분류되는 교계가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 데는 박근혜 정권의 전례 없는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심각성도 있지만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은 최태민과 최순실을 둘러싼 사교 행각 때문이라는 것이 교계 목회자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언론에서는 정국을 주무른 최순실과 그의 전 남편인 정윤회 주변의 점장이와 무당들이 국가 주요 행사의 날짜를 점지하는 등의 무속행위를 벌였다는 정황이 보도되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 때부터 액을 쫓고 복을 기원하기 위해 사교에서 많이 사용되는 '오방낭 주머니'가 등장하고, 국가 예산으로 제작된 문체부의 달력에도 오방색 끈이 달려 있는 등 일련의 사건들은 국민들, 특히 사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독교인들의 정서를 더욱 자극했다.
 
최순실 태블릿 PC의 내용 보도 이후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씨의 인연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는 과정에서 언론에서 '최태민 목사'라는 호칭이 사용되자 자칫 기독교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한국교회언론회 등은 "고 최태민 씨는 신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논평을 발표하고 최 씨에게 목사호칭을 붙이지 말 것을 촉구하는 등 교계는 시급하게 최태민과의 선긋기를 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지난 12일 국민 백만명이 참여한 집회가 열리는 날, NCCK는 메일과 SNS를 통해 기독교인들의 참여를 독려했고, 예장 통합의 목회자들은 정오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앞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기도 했으며, 오후 한 시에는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과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기독교평신도시국대책위 등이 대학로 성공회 성당 앞에서 '현장과 함께 하는 그리스도교 공동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SNS를 살펴보면 교회별로 일반 교인들이 함께 시위대에 참여한 그룹도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교계에는 이전과 같이 맹목적인 친정부적인 입장을 대외에 천명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독교 시민단체 '국가기도연합'이 주말에 서울역 광장에서 구국기도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으며, 한교연, 한기총의 시국선언도 어딘가 모르게 떠밀려서 의무방어를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예장 통합 총회도 14일 시국기도회를 열기는 했지만 당일까지 어떠한 형태의 시국선언도 내지 않고 있어 지나친 정권 눈치보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 시국은 500년 전 루터가 종교개혁의 깃발을 들었던 부조리하고 불의했던 당시의 사회상과 너무나 닮아 있다는 것이 일반 기독교인들의 지배적인 정서다. 권력과 부를 가지고 있는 기득권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누리며, 그 기득권을 더 공공히 하기 위해 불의와 부조리를 저지르고 있는 이러한 시국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는 어떠한 모습을 취할 것인가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시국에서의 교회가 어떠한 말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기독교에 대한 대사회적인 정서가 결정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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