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남노회 첫 노회장을 마치고 ②

[ 기고 ] 기다려지는 노회, 가고 싶은 노회

박영득 목사
2016년 11월 09일(수) 10:37

지난 10월 17일 기독교한국침례회 신임 총회장 취임감사예배가 있었다. 이 취임예배에 눈길을 끈 것은 교단의 유명 인사를 초청하여 순서를 맡기던 관례를 깨고, 교단 내에서 성실하게 목회하고 있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사회, 설교, 격려사 등의 중요한 순서를 맡겼다. 특히 이날 설교는 50여 명이 모이는 전형적인 농촌 목회자가 설교를 했다. 나는 우리 교회 임직식 때 자립대상 교회 목회자들에게 모든 예배순서를 맡겨본 적이 있다. 너무도 감동적이었다.

작은 이들과 함께 하는 총회, 작은 이들과 함께 하는 노회가 개혁이라고 생각하고, 개혁노회를 위해서 노회장 취임 후 노회 산하 모든 자립대상 교회를 방문했다. 노회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너무너무 기뻐했다. 노회의 담을 넘어 총회로 눈을 돌렸다. 그래서 총회 안의 열악한 노회들에게 손을 내밀어 경상도의 영주 노회, 그리고 전라도의 순서 노회와 MOU를 체결했다.

그리고 해외의 열악한 총회들과 MOU를 맺어 적극적인 선교사역을 감당했다.
노회장의 사명을 감당하면서 교회의 분쟁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한국교회의 위기의 핵심은 교회의 분쟁이다. 이 분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판을 한다. 그런데 재판을 통해서 교회의 분쟁이 해결된 적이 없다. 노회나 총회의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 사회재판으로 간다.

그리고 노회나 총회의 재판국이 문제가 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래서 노회를 시작하면서 재판국을 과감하게 없앴다. 그대신 화해전권위원회를 강화해서 노회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실제로 노회 안의 문제들을 화해전권위원회로 하여금 깨끗하게 해결하도록 했다. 나는 우리 총회와 모든 노회 안에 재판국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 노회의 가장 큰 사명 중의 하나는 목사를 안수하는 것이다. 목사를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목사 안수를 철저하게 할 것을 생각했다. 가톨릭은 신부를 세우는 일에 성공하고 개신교는 목사를 세우는 일에 실패했다는 뼈저린 교훈을 가지고 임원들과 머리를 맞대었다. 그래서 노회의 결의로 노회 이틀 후 별도의 날에 안수식을 하기로 결의를 했다. 그리고 1박 2일동안 함께 숙박을 하면서 안수 후보자를 사전에 훈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것만 해도 개혁적인 안수식이다.

노회장 재임기간동안 총회장의 이단 사면 문제가 터졌다. 이것을 보는 순간 침묵할 수가 없었다. 여러 지인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임원회의 결의와 임부장 모임을 소집하여 기독공보를 통해 '총회장에게 드리는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로 결의했다. 용기있는 노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 말고도 초대 노회장의 할 일은 태산 같았다. 노회 사무실을 준비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집기를 들여오고, 노회마크를 만들고 노회가를 만들고, 심지어 편지봉투 하나까지 다시 준비하는 일이었다. 이런 엄청난 일들을 우리 임원들이 하나되어 축제 가운데 노회를 세워나갔다.

또한 노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노회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봄노회를 '흥이 있는 노회'로 기획하고 리조트를 빌려 이틀 동안 진행했다. 첫 날은 축제로, 둘째 날은 회의로 진행했다. 온 노회원들이 '짜증나고 열받는 노회'가 아니라 '기다려지는 노회, 가고 싶은 노회'를 세우고 싶었다.

우리 노회는 노회가 축제다. 3시간이면 회의가 다 끝난다. 회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노회 일주일 전에 임원, 부장, 위원들이 보고사항과 결의사항을 토론하고 점검해서 회의가 길어지지 않도록 사전교육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노회는 축제로,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회를 세워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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