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믿을 것인가?

[ 논설위원 칼럼 ]

김혜숙 목사
2016년 11월 01일(화) 16:12

얼마 전 필자가 일하는 기관에서는 입양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 해외입양 60년과 기독교'란 주제로 열린 간담회였는데, 그날 강사로 오신 목사님은 입양이 산업화된 문제와 친생모와의 완전단절에 의한 입양의 문제, 말 그대로 입양아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없도록 친생모에 대한 기록조차 없는 문제 등을 이야기하면서 해외입양은 사회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로부터 강제분리, 강제이주라는 관점을 말씀하셨다.

입양을 보내기에 앞서 친생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지원하는 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간담회를 하면서 입양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된 것도 귀한 일이었으나 아울러 필자의 마음에 울림을 준 것은 스위스개혁교회연맹의 제도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그분은 스위스개혁교회연맹의 선교동역자로 일하고 계셨고, 스위스개혁교회연맹이 그 목사님에게 준 일은 스위스 전역에 있는 한인들의 삶을 돌보라는 일이었다고 한다.

교회에 나오는 성도만이 아니라 교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라도 모두 목회의 대상으로 삼고 일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날 해외입양아였던 23살 J양이, 유럽인의 정신과 문화를 가지고 아시아인 외모로 살아가는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자 전혀 모르던 청년이었지만 그 장례식에 참여하면서부터 입양문제에 관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목사님은 당시 주일에는 베른한인교회에서 설교를 하셨는데 장례식을 다녀온 주일에 교우들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신이 그 부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왔다고 전하자, 교우 중 한 성도가 두 가지를 말했다고 한다. 하나는 "목사님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왔다는데 전혀 미안해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두 번째는 "목사님이 우리 교회를 대표해서 미안하다고 했으니 이것은 우리 교회 전체가 미안하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그러니 우리 교회가 어떤 형태로든지 이 일에 책임을 져야하겠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이후 4개월간 제직회 때마다 이 일에 관해 의논하고, 결국에는 스위스 전역에 있는 한인입양아들의 모임을 교회가 주선하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한인입양아들의 모임이 정기적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베스트셀러 책 중에 김형석 교수가 쓴 '어떻게 믿을 것인가'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교회의 책임에 관한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단지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아 천국에 가는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정신이 역사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역사를 움직이는 그런 정신적인 가치를 제공해주는 것이 그리스도의 교훈이요, 교회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교회주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의 교훈을 자신들의 인생관과 가치관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하는 책임이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다는 말이다.

적어도 크리스천이라면 물질적인 소유가 목적이 아니라 건전한 일 자체가 목적임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가치관으로 살아가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교회마다 고령화현상이 나타나서 연말이 될수록 성도들 간에 불협화음이 많아지는 것을 보게 된다. 교회학교 교사나 찬양대원, 주방봉사인원 등 교회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이 없어서 염려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동안 봉사하시던 분들은 이제 고령이라 더 이상 직분을 감당하기 어려운데, 그 일을 새로 맡을 젊은 세대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청년회전국연합회가 내놓은 자료에서 밝혔듯이 청년 수는 우리 교단 전체 교인 수의 3.81%(출석교인은 2.19%)에 불과해서 이들이 주축이 되어야 할 20~30년 뒤의 교회의 모습은, 수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 예배당에 노인들만 100여명 앉아있는 유럽교회를 상기시킨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진지하게 우리 자신에게 다시 물어야한다. 우리의 믿음이 왜 다음세대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것인가? 우리의 믿음은 어떤 모습인가? 나는 어떻게 믿을 것인가? 크리스천의 가치가 지금 우리 역사를 움직여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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