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에 저당 잡힌 지도자 '통탄'

[ 교단 ] 종교개혁기념주일...한국교회 강단 개혁과 갱신의 메시지 선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11월 01일(화) 11:42

지난 10월 30일 종교개혁 499주년 기념주일을 맞아 한국교회가 일제히 개혁과 갱신의 메시지를 선포했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로 주목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커넥션에 의한 국기문란 사태로 국가가 충격과 분노에 빠져 있고, 또한 이러한 커넥션 속에 사이비 종교집단이 개입되어 있는 것에 대해 한국교회의 강단은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터뜨렸다.
 
각 교회에서 선포된 종교개혁기념주일 예배 설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소망교회의 김지철 목사의 설교였다. 소망교회는 예장 통합 최대 교세를 보유한 교회이고, 권력가와 재력가들이 다수 출석하고 있는 강남의 교회라는 점에서 김 목사의 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은 최근 국기문란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지철 목사는 이날 주일 낮예배 설교에서 '진정한 용기란?' 제하의 설교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지칭하며, "정신적인 견고함, 영적인 분별력이 결여된 지도자에게 어떤 위험성이 생길 수 있는가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며 강력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 "보수와 진보의 논쟁이 아니라 정신적ㆍ영적인 문제이며 거짓영이냐 참된 영이냐 하는 영적인 사건"이라고 이번 사태를 진단한 김 목사는 "우리 삶에서 '무당끼'가 발동하면 첫번째로 옳고 그른것을 분별하는 판단력이 결여되기 시작해 탐욕적인 이기주의로 변질되고, 윤리 도덕을 상실하게 되며, 정치적으로는 독재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하고, "자기 모습을 공개할 수 없게 되어 비선라인이 시스템보다 더 우선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김 목사는 이날 출애굽기의 본문을 통해 갓 태어난 남자 아이를 죽이라는 잘못된 권력에 저항하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셨던 예수님이 권력자를 향해서는 '사람을 속이는 여우같은 존재'라고 말씀하신다"며, "권력자를 향해 복종하지 않고 저항한 여인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땅에 나타났다. 연약한 이들을 통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역사의 전환을 맡기셨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과천교회(주현신 목사 시무)의 지난 30일 주일 낮예배의 설교제목은 '탄핵'이었다. 주현신 목사는 "지난 며칠 저는 막장드라마 같은 우리 정치 현실에 어찌할 바를 몰라 가슴앓이 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온 국민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목사는 "이제 상실의 시대를 넘어 순실의 시대다. 대통령 지지도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스스로 하야해야 한다거나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합해서 70% 가깝다"며, "분열과 절망을 딛고 대한민국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하자. 상실, 순실의 시대를 넘어 '진실'의 시대로 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교인들을 격려했다. 그는 또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시에도 교회 식구들과 정치 얘기 할 때 제 생각만 절대로 옳다고 하면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논쟁이 된다. 서로가 서로를 탄핵하게 된다. 주안에서 한 몸된 공동체를 헤치는 일이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하나님 공의를 세우는 첫 걸음은 공의로운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을 탄핵하고 회개하는 일"이라며 자신의 개혁과 갱신이 우선되어야 함을 잊지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동막교회(곽재욱 목사 시무)에서도 사이비종교의 농락에 놀아난 사건에 대한 비판이 강단에서 선포됐다. '다른 복음은 없다. 정말이다' 제하의 설교에서 곽재욱 목사는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대통령의 사망 후 박 대통령은 (사이비) 종교에서 구원을 구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최태민이라는 요승에서부터 그 딸 최순실에 이르는 인연이 이어지게 된다"며, "그동안 외적으로 화려한 재기와 성공을 보였던 그녀의 길은 영혼을 저당잡혀 그에게 맡긴 국가사회 전체가 불안과 좌절의 구렁텅이에 함께 빠져버린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설교에서 곽 목사는 한국교회 내부로도 시선을 돌려 "교회와 강단의 설교를 뒤로 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집회와 새로운 말씀들을 추구하는 한국교회의 행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복음에 대한 확신과 존중이 결여된 모습"이라며, "'다른 복음은 없다. 만약 다른 복음을 가르치면 저주를 받을 것이다'는 선언의 힘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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