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10월 24일(월) 13:11

▲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발표하는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내 그림.

지난 13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미국의 포크록 싱어송 라이터인 밥 딜런으로 노벨상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수상자 선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밥 딜런이 'Blowin' in the Wind'， 'knocking on heaven's door' 등의 곡을 부른 유명 포크가수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가 기독교에 심취해 여러 장의 가스펠 앨범을 냈던 가수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또한， 1963년 흑인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을 남긴 인권 평화행진에서 존 바에즈 등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참여한 반전 평화운동가였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노벨상 수상은 기독교인들에게도 큰 의미를 주고 있다.
　
로버트 알렌 짐머맨이라는 본명 대신 시인 딜런 토머스를 좋아해 예명을 딜런으로 썼을만큼 시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는 밥 딜런은 1973년 밥 딜런의 글과 그림들， 2004년과 2014년에는 그동안 발표한 노랫말과 시， 산문 등을 모아 밥 딜런의 시집을 내기도 했을 정도로 문학에도 조예가 깊다.
　
1941년 생인 그는 가수로 데뷔한 후 베트남 반전 운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운동에도 깊숙히 참여했으며，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 등의 노래는 베트남 전쟁과 냉전 시대에 평화를 갈망하고 해방구를 찾던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는 1979년에는 기독교에 심취하게 되어 가스펠 음악을 담은 앨범 '슬로우 트레인 커밍(Slow Train Coming)'을 시작으로 1980년'Saved'， 1981년 'Shot of love'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슬로우 트레인 커밍'으로는 그레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89년에도 '오 긍휼을(Oh Mercy)' 앨범을 발표하고， 1997년 'Time Out of Mind'로 재기에 성공해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글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세간에서는 밥 딜런이 빈야드 운동의 영향을 받은 바 있으며， 공개적으로 기독교인이라는 커밍 아웃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가 기독교 신앙에 깊게 빠졌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중음악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철학적 메시지를 던졌음에도 그의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에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학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업적을 쌓은 문학가들이 수두룩한 데 가수에게 문학상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한림원이 '귀를 위한 시'라고 평가한 밥 딜런의 노래는 대중음악의 가사를 문학의 경지에까지 승화시키고， 정치와 사회， 철학과 문학적 파장을 크게 일으켰다는데에는 이견을 달기가 어렵다. 이미 영국의 계관시인인 앤드루 모션은 딜런의 시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고， 시사 주간지 타임은 딜런을 '가장 중요한 20세기 인물 100명'에 선장하며 '거장(巨匠) 시인'이라 칭한 바 있다.
　
시의 기원으로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의 호머와 사포 또한 하프를 연주하며 시를 노래했으며， 많은 문화권에서 본디 시인은 노래하는 음악가였다는 점에서 딜런의 이번 노벨문학상 선정은 어떻게 보면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결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한림원은 "위대한 미국 노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인 표현들을 창조해 낸 미국의 유명 포크록 싱어송 라이터 겸 시인 밥 딜런에게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수여한다"며 "밥 딜런은 귀를 위한 시를 쓴다. 그의 작품은 시로 옮겨놔도 완벽하다"고 평했다.
　
이 가을 동시대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 중 하나인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들으며， 내면에 평화와 인권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